끊어진 고리 잘 이어서 졸가리 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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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고리 잘 이어서 졸가리 있게

by 토마토쥔장 2021. 3.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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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어진 고리 잘 이어서 졸가리 있게

 

옛 충남도청사 활용, 이제 시작이다

글 · 사진 이용원

 

옛 충남도청 본관

 

1.

지금까지 10여 년 동안 옛 충남도청 활용방안은 수도 없이 나왔다.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아파트 단지로 개발해야 한다는 주장부터 한예종 대전캠퍼스 유치까지, 스펙트럼은 무척 넓었다. 여기에 문화체육관광부가 공식 용역을 통해 발표한 ‘메이커스 라이브러리’도 있었다. 용역 결과가 나왔던 시점은 무척 시끄러웠던 박근혜 정권 말기였고 문광부는 당시 ‘블랙리스트 사태’로 직격탄을 맞아 혼수상태나 다름없었다. 용역 결과가 나왔지만, 별다른 후속 작업 없이 동력을 잃었다. 그 뒤로 옛 충남도청 활용과 관련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메시지는 없다.

 

그러던 중, 지난해 7월 정부는 충청남도와 옛 충남도청 건물과 터에 관한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매매대금은 802억 원이었다. 이중 80억 원가량을 계약금으로 지난해 지급했다. 당초 올해 정부예산에서 147억 원을 매입 예산으로 확보했다가 최종적으로 379억 원으로 예산이 늘었다. 2021년까지 잔금을 모두 지급하는 것으로 계약했지만 이르면 2020년 잔금을 모두 지급할 수도 있다는 기대와 바람이 생겼다.

 

향후 이 부동산 활용과 관련해 크게 세 가지 정도 경우의 수를 예상할 수 있다. 물론, 이론이다. 하나는 정부(문화체육관광부)가 자체 활용방안이 있어 직접 대상 건물과 토지를 사용하겠다고 나서는 경우다. 과거 활용방안에 관한 논의가 한창 진행 중일 때, 공간 사용 주체가 국가여야 한다는 주장도 제법 힘을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폐쇄적이지 않은 국립 기관이 들어선다면 운영, 유지 비용을 국가가 부담하기 때문에 대전시는 재정 부담 없이 시민이 편하게 공간을 향유할 수 있으니, 최상의 결과라는 주장이었다. 대전이 전국, 특히 한강 이남에서 접근하기 쉬운 곳에 있고 편리한 교통환경을 갖췄다는 걸 고려하면 나름 타당성 있는 주장이었다. 수장고 기능을 겸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분관처럼 말이다.

 

존치 가능성이 큰 '상무관'

 

옛 충남지방경찰청사

다른 하나는 통 크게 시에 무상을 주는 것(무상양여)이고 다른 하나는 무상으로 빌려주는 것(무상대부)이다.

크게는 셋이지만, 다른 방식도 예측할 수 있다. 문화재로 지정한 본관은 정부가 사용하고 나머지 건물을 무상대부하는 걸 결정하는 식이다. 이런 식의 조합은 몇 가지가 더 나올 수도 있다.

 

<도청이전을 위한 도시건설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31조의2 2항에 국가는 청사및 부지의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광역지방자치단체에 무상으로 양여하거나 대부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또, 같은 조 3항에 무상으로 대부하는 경우 그 기간을 50년 이내로 할 수 있도록 기간을 연장 했고 영구시설물도 축조할 수 있도록 해 <국유재산법>에서 규정한 사항을 완화했다.

 

현재, 누구도 확정해서 얘기할 수 없지만 암묵적으로 무상대부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큰 공공기관이 이전하면서 남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정서적 공동화를 고려할 때, 대전시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무시하는 건 정부와 관련 부처에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시 관계자는 “문화체육관광부와 계속 협의를 진행 중이고 관련 사항과 관련해서 서둘러 지침을 확정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문광부 관계자로부터 올 상반기 안에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마무리 하겠다는 답변을 들었다”라고 밝혔다.

일반적인 예상처럼 옛 충남도청 전체 청사와 터를 무상으로 대전시에 빌려줄지는 6월 이후에 가닥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2.

이런 상황에서 옛 충남도청사와 관련한 다양한 논의가 연일 수면 위로 떠오른다.

다양한 발표 중 일단 무게감을 갖는 건 지난해 12월 5일 민선 7기 도시 분야 정책방향 발표에서 허태정 대전시장이 직접 설명회를 통해 밝힌 구상이다. 요약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옛 충남도청 본관에는 가족이 함께 체험하고 즐기는 가족체험형 창의도서관으로 계획한다. 신관동과 후생관에는 소셜벤처메이커창업플랫폼을 조성한다. 현재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건물 사이 넓은 광장에는 공연, 전시, 장터가 들어설 수 있는 다목적 공간으로 활용한다.”

 

이날 허 시장이 이야기한 ‘중앙로 소셜벤처 특화거리 조성 사업’은 대전세종연구원이 사용하는 옛 충청남도 의회동에 창업인포센터를 배치하고 신관에 메이커스 스페이스 전문랩을 조성하겠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이 사업으로 이미 중구 대흥동에 있는 대전도시공사 4층에 ‘소셜벤처캠퍼스’는 조성사업을 마쳤다. 옛 충남도청사 중 신관동에 배치할 ‘메이커스 스페이스 전문랩’ 조성을 위해서도 3월에 중소벤처기업부 공모에 응모하고 결과 발표를 기다리는 중이다. 중기부가 이 공모에 대전시를 선정하면 최대 30억 원의 자금을 지원한다. 이와 별도로 관련사업에 이미 시비 80억 원과 국비 10억 원 정도를 확보한 상태다.

 

여기에 지난 3월 12일 행정안전부는 ‘지역거점별 소통협력공간 조성 및 운영’ 사업 공모에서 대전과 제주를 대상지역으로 선정했다. 3년 동안 120억 원(국,시비 각 50%)을 투입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지역 문제 해결을 위한 주민 주도의 문제해결 복합 플랫폼이다. 시는 이곳에서 청년, 마을, 도시기반, 일자리 등 대전만의 의제를 도출하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창의 공간, 혁신 공간, 소통 공간, 열린 공간 등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공모에서 사업 공간으로 충남도청 본관 및 의회동 일부를 제시했다. 여기에 옛 충남도청 우체국 건물 등도 안전 진단을 통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전세종연구원은 새 보금자리를 찾아 떠날 것으로 보이지만 대전평생학습진흥원과 이곳이 운영하는 대전시민대학은 약간의 공간 조정을 통해 현 위치에 남을 것으로 보인다.

원도심 최대 관심 공간인 이곳의 미래를 대략 상상해 보기 위해서는 바로 이웃한 옛 충청남도경찰청 터 활용계획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이곳은 꽤 구체적으로 방향이 결정된 상황이다. 삐죽이 솟아오를 15층짜리 건물이 이쪽 블록 전체 경관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심히 걱정스럽긴 하지만 말이다.

 

2017년 9월 제6차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국유지 선도사업지 8곳 중 한 곳으로 옛 충남지방경찰청 터를 선정하면서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해 1월 기획재정부는 국유지를 활요한 ‘도심 노후청사 복합개발 선도사업 실행 계획’을 발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연면적 46,636㎡(14,132평)에 지하3층, 지상 15층 건물이 들어선다. 관련 예산은 1천140억 원에 달한다. 사업은 올해 설계공모를 거쳐 내년에 공사를 발주하고 2022년에 준공한다는 계획이다. 사업은 LH와 캠코(한국자산관리공사)가 공동 시행한다. 이 사업은 공공청사와 수익시설에 공공임대주택을 얹는 복합개발 방식이다.

 

대전시와 대전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이 공공청사에는 중부경찰서와 대전지방교정청, 위치추적관제센터, 대전세무서 등 공공기관이 입주할 계획이다. 또, 청년 등이 입주하는 공공주택과 전문실내공연장 건립도 추진 중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사업을 위해 현재 터 위에 모든 건축물은 철거할 것으로 보이지만 ‘상무관’은 역사성 등을 고려해 존치할 것으로 보인다.

 

옛 충청남도 의회동

3.

공간은 묘한 힘을 갖는다. 공간에 어떤 맥락을 부여하는가에 따라서 그 안에 머무는 인간이 벌이는 활동에 지표를 제시한다. 서울에 있는 ‘혁신 파크’는 그 이름이 주는 기대감이 있을 뿐더러 그 공간에 머물며 활동을 벌이는 이들에게 방향성을 제시한다.

특정 울타리 안을 단지로 묶을 때 신중한 고민이 있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우리는 옛 충남도청 활용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시민을 테이블로 모아 다양한 논의를 전개한 경험을 갖고 있다. 그 과정에서 ‘문화 예술’을 콘셉트로 한 공간 활용이라는, 의견을 수렴해 내기도 했다. 원도심 일대를 재생하면서 성과와 상관없이 ‘문화 예술’을 주요 열쇳말로 삼았으니 나름 맥락도 있다. 이렇게 콘셉트를 부여했던 이유가 분명 있었을 것이다.

 

현재 다양한 경로를 통해 들려오는 옛 충남도청의 새 기능 부여는 맥락 있는 연결성을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그곳에 공간이 있었고 공간이 필요한 단위에서 이리 저리 분할해 나눠 갖는 모양새다. 이 공간을 활용하려는 각 단위의 이해와 요구를 조정하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일이다. 다수의 관계자에게 확인한 바로는 이를 조정할 수 있는 기능을 부여한 태스크 포스(TF) 팀이 곧 출범할 것으로 보인다. 민선 7기와 함께 출범한 ‘새로운대전위원회’ 산하에 두고 기획조정실 소관으로 삼을 전망이다.

 

작지 않은 공간이니 여러 단위에서 필요한 공간을 사용해도 안 될 건 없다. 다양한 기능이 복합적으로 들어서는 것이 꼭 문제는 아니다. 복합공간이라 이해할 수도 있다.

 

다만, 옛 충남도청사 활용방안은 대전시민 의견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는 건, 그것이 지닌 장소성이라는 측면 때문이다. 원도심 재생 사업에 상대적으로 많은 행정적, 재정적 자원을 투여하는 당위성도 여기에 있다. 생태 자연 공간을 제외하고 이 공간만큼 우리 모두의 공간이라 여겨지는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곳에 우리가 새롭게 부여하는 정체성은 도시 내외에 선포하는 일종의 메시지다. 우리가 다가오는 100년 동안 어떤 도시를 만들 것인지에 관한 내용이 졸가리 있게 담겨야 한다. 박물관이나 전시관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공간 안에서 벌이는 활동이 바로 메시지다.

 

새롭게 부여하는 기능이 서로 어떻게 얽히며 시너지를 낼 것인가에 관한 고려가 필요하다. 확정한 공간과 계획하는 공간이 존재한다. 지금이라도 공간을 나눠 차지한 각 단위에서 자체 사업에 매몰되지 말고 공간 전체를 보며 사업 내용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 어쩌면, TF팀에 부여해야 할 주요 과업은 이해가 상충하는 물리적 공간을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각 단위 사업 내용 간 끊긴 고리를 이어 주고 해당 블록의 스토리를 만들어 내는 작업일 수도 있다.

 

LH와 캠코가 맡아 진행하는 옛 충남지방경찰청 터에 시행하는 노후청사 복합개발 사업에도 다양한 채널을 통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우리 시가 간섭해야 한다. 경관에 미칠 영향은 무척 심대할 수밖에 없다. 소유가 다를 뿐 한 블록으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조건이기 때문이다.

10년 넘게 활용방안에 관한 다양한 논의를 전개했지만, 이제 진짜 시작이다.

 

[2019년 4월호 월간 토마토 기사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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