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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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

by 토마토쥔장 2021. 3.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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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

"여기, 여전히 소리치는 사람들이 있어요!"

 

 

[코로나19가 발생하며 우리는 생존에 꼭 필요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관해 생각하게 됐다. 생활을 단속하며 먹고사는 문제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는 것들은 나중으로 미뤘다. 상황이 지속되며 다른 많은 분야와 마찬가지로 문화예술계는 침체기를 맞았다. 다중이용시설인 공연장, 미술관, 극장의 경우 일정 기간 폐쇄했다가 점차 다양한 방식으로 예술활동을 진행했고, 이에 따라 창작자, 수용자의 삶에도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코로나19가 문화예술계에 일으킨 변화의 의미와 그것이 남긴 가능성을 이야기해 보고자 창작자, 중개자, 적극적 문화예술 수용자인 세 사람을 초대했다. 안권영은 미술가이자 시각예술공간 Artspace128을 운영하며, 장승미는 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이자 소소유랑극장 협동조합 대표다. 유병민은 문화예술의 적극적 수용자인 한편 글을 쓰고 사진을 찍는 작가이기도 하다. 세 사람은 각자 위치에서 코로나19가 불러온 변화를 해석하고 팬데믹 이후의 문화예술을 고민했지만, 좌담의 말미에서는 비슷한 결론에 도달했다. 문화예술은 어떤 상황에서든 존재할 것이며 지속 가능한 방법을 찾아갈 것이다. 이번 사태로 문화예술의 본질과 존재 의미를 다시금 확인했기 때문에.]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이 어떤 모습으로 변화했나요? 평소 해 오던 예술활동 및 일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장승미 요즘은 확진자가 얼마나 있는지 체크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있어요. 극장은 다중이용시설이라 구청에서 요구하는 사항도 있고 저희 내부적으로 염려되는 부분이 있어 아침마다 청소, 소독 등을 신경 써서 해 왔습니다. 또, 질병관리본부의 요청으로 관람자 명단을 작성하고 있어요.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손소독제를 지원해 줘서 극장 내 항시 비치하고 있고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대전아트시네마는 2주 정도 휴관한 후 1주간은 3회 차만 영화를 상영했고 이후로는 4회 차만 진행하고 있어요. 회차 사이 간격을 30분 정도로 유지하면서 최대한 관객분들이 서로 부딪히지 않게끔 하고 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기분을 환기하려고 노력했어요. 꽃을 사서 로비에 두기도 했고, 주기적으로 옥상에 올라가서 광합성도 했고요.

 

안권영 미술 창작자로서의 측면을 이야기하자면 평소에도 작업할 때는 작업실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 생활이 크게 바뀌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Artspace128 공간 차원에서는 원래 예정했던 전시를 미루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자고 일어나면 확진자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전시를 열어도 되는지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2월 중에 열기로 했던 전시를 미루다 3월 말, 4월 초에 걸쳐 진행했고요. 매년 3, 4월에 젊은작가지원전을 여는데 상황이 여의치 않아 올해는 진행하지 못했습니다.

 

장승미 독립예술영화를 주로 수입하는 협회에서 자체적으로 개봉하기 망설였던 영화들을 묶어서 프로그램으로 줬는데, 프로그래머로서 고민이 많았어요. 사람이 많이 모이면 안 되니까 영화를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못했고, 그러면서도 극장을 멈출 수는 없어서 고민이 됐어요. 자괴감도 들고 자기 검열도 했고요. 

 

유병민 수용자 입장에서 말해 보자면, 나이대별로 코로나19에 대처하는 방법이 달랐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문화예술 콘텐츠를 접하는 기회가 전부 막혀 있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먼저 밖으로 나온 게 20대였던 것 같습니다. 저는 나이도 있고 가족 중에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 있어서 좀 더 고민을 했어요. 가장 아쉬운 점은 극장에 가지 못하는 거예요. 보통 한 달에 두세 번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 설 연휴에 ‹조조래빗›을 보고 난 후에 극장에 가지 못했어요. 공연 같은 경우에는 즐겨 보기도 하지만, 직접 사진 촬영도 하는데요. 3월 초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친한 피아니스트의 공연 사진을 찍기로 했는데 진행하지 못했어요. 전시의 경우 대흥동 갤러리나 미술관을 다니며 자주 관람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게 2월 초 대전창작센터에서 열린 ‹도시재생프로젝트 주(住)›였죠. 

 

그간 즐겨 해 오던 것들을 접하지 못하면서 생활이 갑갑해진 면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유병민 카페에서 책을 보거나 극장을 가지 못하는 데서 오는 답답함은 있는데 집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찾게 된 면도 있어요. 집 가까운 곳을 산책하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온라인으로 공연을 접하기도 했죠. 그간 유료로 묶여 있던 공연 영상이 무료로 풀려서 즐겁게 보기도 했고요. 

 

이야기 나왔듯 문화예술의 무대가 일정 부분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겨진 변화가 있었습니다. 각자 어떤 부분을 흥미롭게 봤나요?

 

안권영 미술의 경우를 이야기하자면 그간 관객들이 공간성을 기반으로 창작물을 전면에서 체험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중개자들이 온라인에서 적극적으로 수용자들에게 작품에 관해 설명해 주는 기회가 만들어졌습니다. 그래야 할 의무감도 생긴 것 같고요. 

 

반면 극장 상영 영화는 장르 특성상 온라인으로 무대를 옮기기 어려웠을 것 같습니다.

 

장승미 영화를 스트리밍으로 방영하는 게 저희와 맞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넷플릭스나 IPTV처럼 2차 판권을 대상으로 하는 플랫폼이 많이 있어서 사람들이 그쪽을 더 자주 이용하게 된 것 같아요. 그에 따라 극장이라는 공간은 약간 멈춰 있다는 느낌이 들어요. 예전에도 그랬지만 극장은 여전히 관객이 오기를 기다리는 장소죠. 극장이 인터넷을 통해 할 수 있는 일은 사실상 많지 않아요. 일본에는 미니시어터라고 우리나라의 예술영화전용관 같은 곳이 있는데 하마구치 류스케,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 등이 그곳을 지키자는 캠페인으로 웹사이트로 영화를 볼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해요. 웹사이트로 영화를 개봉하는데 관람 요금을 설정하고, 관객이 평소 이용하거나 관람료를 보내고 싶은 영화관 쪽으로 요금이 갈 수 있도록 선택할 수 있는 플랫폼이에요. 인터넷으로 영상 콘텐츠를 보는 문화가 활발한 우리나라에서도 효용이 있을 플랫폼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지만 인터넷을 통해 영화를 봐도 극장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유병민 공연은 SNS로 진행하는 라이브 무대가 기존에도 있었는데 서울, 유명한 뮤지션을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코로나19로 공연을 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대전예술의전당이라든지 지역 창작자들도 온라인을 통한 공연 방식을 시도하며 플랫폼 자체가 커졌습니다. 하지만 플랫폼이 커진 것이 일반 대중들이 공연을 더 쉽게 접근하는 계기가 되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온라인 공연을 열어도 일반 대중보다는 원래 그 방면의 수용자였던 이들이 접속해서 공연을 봅니다. 온라인 플랫폼으로 무대가 옮겨진 것의 긍정적 측면도 있었습니다. 저는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퇴근길 ON’을 관심 있게 봤는데요. 온라인 공연이 지역 뮤지션과 가까워질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공연한 뮤지션에게 물어보니 온라인 공연이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제3의 홍보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더라고요. 어떤 연주자는 이러한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자신의 채널을 오픈했어요. 발 빠르게 대응하는 예술인들이 부각될 수 있는 계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요. 극장에 대해 생각을 해 보자면 연령대에 따라 다른 변화가 있었을 것 같아요. 저는 극장만의 특별함, 예를 들면 영화가 상영되면 스크린에 집중해야 한다는 특징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요즘 친구들의 기본값은 극장이 아니라 스마트폰이더라고요.

유병민 참여자

 

장승미 극장만의 특별함은 연극이나 콘서트장처럼 실황을 느낄 수 있다는 데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영화를 모니터로 보시는 분도 많고, 점점 그런 생생함을 느끼고 싶어 하는 관객들이 줄어들고 있어요. 친구와 약속을 하고 만나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며 영화를 곱씹는 시간까지가 극장에 가는 경험인데, 많은 분에게 그런 경험적 측면이 줄어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병민 한편으론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 곳이 극장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요. 대전아트시네마는 특별한 경우이지만 멀티플렉스 같은 경우 대부분 쇼핑몰이 함께 있고, 현대 도시 생활에서 쇼핑몰은 빠질 수 없으니까요.

 

안권영 미술 분야는 영화와 음악처럼 공간성, 현장에서 벌어진다는 오리지널리티를 지니고 있지만 더 대중적이지는 않죠. 온라인으로 전시를 즐기기에는 부족한 부분도 있고요. 코로나19 사태가 끝난다면 사람들이 영화관이나 공연장에 많이 갈 것 같습니다. 그 둘과 미술관의 관객 증가세는 비교할 수 없을 것 같아요. 미술 관련 일을 하는 사람으로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유병민 저도 비슷한 생각입니다. 영화나 공연은 답답하지만 온라인으로도 볼 수 있는데, 온라인 전시는 그만큼 와닿지는 않아요. 그림이나 설치물은 전시가 펼쳐지는 현장에 가서 봐야 느낄 수 있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대체제가 없다 보니 이번 사태를 겪으며 수용자 입장으로서 미술과는 좀 더 멀어진 것 같아요.

 

미술의 경우 무대를 온라인 플랫폼으로 옮기는 변화가 유효하지 않았다는 생각이신가요?

 

안권영 온라인 플랫폼에서 중개자가 전시를 해설해 주는 방식에는 한계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일부 미술관의 경우 VR 전시를 만들어 온라인으로 관람할 수 있도록 했는데, 클릭으로 공간이 열리고 클릭을 통해 이동하는 접근 방식이 누군가에게는 관람을 방해할 수도 있습니다. 아무리 테크놀로지가 발전해도 한계는 분명히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장르별로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시도가 수용자에게 제대로 가닿지 않는 경우도 있었지만, 한편으론 온라인으로만 시도할 수 있는 긍정적 변화도 있었을 것 같습니다. 

 

유병민 원래대로라면 티켓 가격이 비싼 공연을 온라인에서 무료로 볼 수 있었다는 게 좋았습니다. 국립현대무용단에서 ‹봄의 제전›을 온라인으로 상영했는데요. 그런 식으로 평소 보고 싶었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다만, 지역의 문화예술계를 생각해 보면 걱정되는 부분이 있어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상 모두와 경쟁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최강의 장비를 갖춘 곳의 콘텐츠에 사람들 눈이 좀 더 가지 않을까 싶어요. 

 

반면 수용자 입장에서만 생각해 보면, 자신의 지역적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문화예술을 접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 같습니다. 

 

유병민 지역성보다는 동시성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대전예술의전당의 ‘퇴근길 ON’을 예로 들자면, 실시간으로 벌어지는 공연을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게 좋았습니다. 

 

안권영 저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온라인 리사이틀을 봤는데, 전 세계의 많은 사람과 동시에 온라인으로 같은 음악을 듣는다는 게 특별한 경험이 되었어요. 

 

장승미 실연을 하시는 분들은 관객 반응을 보고 거기에 반응하며 연기하고 연주하는 측면이 있을 것 같은데,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이동을 달갑게 여기지 않을 것 같기도 해요. 

 

유병민 한편으론 예술가들을 보며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어요. 코로나19와 같은 사태가 발생해 곤경에 처했을 때 대중은 예술로 위로받고 싶어 하고, 예술가에게 위로해 달라고 갈망하죠. 어려움 속에서도 창작자들은 대중의 요구에 호응하고요. 저작권 때문에 묶여 있던 영상을 풀기도 하고, 누군가는 병원에 가서 노래를 하기도 하죠. 예술가도 자신의 생업이 중단되었을 텐데 누가 그들을 위로해 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문화예술이라는 게 과연 무엇일지, 본질에 대해 숙고하게 되는 것 같아요. 먹고사는 데 직접적 관련은 없지만, 또 일정 부분 사람들이 문화예술에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안권영 실상 사람들이 문화예술을 보고 느끼지 않아도 살아가는 데 큰 지장은 없죠. 반면 종사자들은 문화예술을 통해 수익을 얻어서 살아가는 입장이고요.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예술가 입장에서는 수입이 있든 없든, 자신의 존재 가치가 확인되지 않는 시간이 계속되니 허무해질 수 있어요. 수익이 안 되는 건 이미 감수하고 가는 측면도 있고, 내가 좋아하는 활동을 하고 나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것이 중심이기 때문에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는 동력원이 오랜 시간 끊기면 힘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런 시점에 맞춤화된 제도나 시스템이 적절히 개입해 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결은 조금 다른 이야기인 것 같은데 관련 측면에서 예술가를 위한 재정적 지원이 이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대전문화재단에서 지역예술인 기초창작활동비 지원을 실시했는데요. 시기나 실효성 측면에서 어떤 평가를 내릴 수 있을까요?

 

안권영 선불카드 형식으로 지원이 되었습니다. 작품활동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쓰든 식사를 하든 예술인들이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하는 지원이었어요. 대전문화재단에서 코로나19와 관련해 예술인들에게 어려운 점을 청취하려 하고, 선불카드로 지원한 부분들은 시의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대전아트시네마 같은 경우 운영에 지원을 받거나 하는 부분이 있었나요?

 

장승미 현재 영화진흥위원회를 중심으로 지원정책이 나오고 있어요. 이전에는 방역비, 방역 기구를 지원해 줬는데 사실 저희는 신청하지 않았어요. 방역비 같은 경우는 방역 후 그 비용을 청구해 일부를 지원받는 형식이었고, 방역 기구 지원은 상영관 수가 일정 수 이상 되는 극장에 지원해 주는 것인데 저희는 해당되지 않았죠. 영진위에서 내려오는 모든 지원이 간접 지원이고 현장에서는 실효성이 떨어지는 측면이 있어요. 코로나19와 관련해 나오려는 지원책을 보면 기획전을 개최한다든가, 창작자가 뭔가 만든다거나 할 때 지원해 주는 방식인 것 같아요. 반발이 나오고 있는 것은 관람객들에게 할인권을 배포하는 지원이에요. 사실 영화는 무료 프로그램이라든가 할인해서 싼 가격에 볼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램이 너무 많아서 관람객이 내 돈 주고 보려 하지 않는 측면이 있어요. 저희는 이게 문제점이라고 생각하는데 그걸 지원정책이라고 하는 게 화가 나는 거죠.

 

 

한편, 창작자의 경우 작업의 주제 부분에서 변화가 있을 것 같기도 합니다. 

 

안권영 시간이 조금 지나면 작가들 작업에도 코로나19와 관련한 시그널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어요. 현상을 묘사하는 것보다는 개인 간 거리라든지, 이번 사태 직전에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다루는 작업 결과물이 나올 수 있을 것 같아요. 개인 작가의 작업 세계와 관련된 부분이라 모두가 그럴 거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요. 

 

장승미 내년쯤엔 코로나19가 던져 준 화두를 주제로 한 작업이 엄청 많이 나올 것 같아요. 환경 다큐도 많이 나올 것 같고요. 저희 극장에서는 직원끼리 ‘코로나 시대의 사랑’에 대해, 서로 닿지 않으며 관계를 맺는 것에 대해 다뤄 보자, 우리가 만들어서 선점을 하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웃음).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이전과 비슷한 날들이 이어진다면 문화예술계는 어떻게 변화할까요? 계속 침체되는 현상이 이어질까요?

 

안권영 많이 위축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론 이번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고찰이 있었으니 다음 단계에 대한 테크놀로지가 계속 발전할 거라고 생각해요. 완벽한 실시간 스트리밍을 위한 여건이 마련될 수도 있고 중간자의 새로운 역할이 부각되기도 할 테죠. 하지만 공간성, 현장성이 중시되는 장르는 온라인 플랫폼이 완벽한 대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유병민 저도 동의합니다. 그게 예술의 본질이라고 생각해요. 눈으로 보고 만져 보고 경험하는 게 예술의 본질이고, 온라인에서 할 수 있는 것은 그것을 홍보하는 수단, 플러스알파로 예술을 친근하게 만날 수 있게 하는 역할 정도인 것 같습니다.

 

장승미 사실 극장의 경우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 젊은 세대가 온라인으로 뭔가를 보는 데 익숙해져 있다는 데서 변화가 일어날 것 같습니다. 극장에서 일하는 친구들도 핸드폰으로 보는 게 편하다고 이야기하니까요. 저는 영화관이 양극화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요. 기술적으로 스펙터클한 체험을 가능하게 하는 영화관, 가족끼리 마실 가듯 갈 수 있는 동네 영화관 이렇게 두 부류로 나누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독립예술영화 같은 경우는 영화적으로 스펙터클함을 줄 수는 없고 주요하게는 드라마로서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에 동네 영화관처럼 운영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생각해요. 주민들끼리 공유할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영화를 본 이후에 이야기 나눌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중점적으로 운영하는 마을극장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병민 이 자리에 오기 전에 아는 연주자들에게 설문조사 식으로 공연을 언제부터 할 건지, 온라인 플랫폼으로의 변화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어요. 연주자들 대부분이 상황이 나빠지지 않는다면 6월쯤 공연을 시작할 거라 하더라고요.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것은 판이 커진 측면도 있지만 부담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1인 창작자가 최고 위치에 있는 사람, 기관 등과 경쟁하는 상황이 된 거죠. 대전예술의전당 콘텐츠로 영상을 올릴 수 있는 연주자의 경우에는 많은 도움이 됐다는 의견도 있었고요. 온라인 접속자 수는 많지 않았지만, 영상이 남아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볼 수 있다는 거였죠. 

 

안권영 처음 사태가 터졌을 때 공간과 활동을 완전 폐쇄하는 방식으로 갔던 것에는 조금 아쉬움이 있어요. 이제 시간이 지나며 여러 방식을 만들어 내고 실행하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완벽히 통제한다기보다는 다양한 방법이 있을 것 같아요. 저 같은 경우는 작은 공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국공립 미술관보다는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기술적 요소는 큰 집단을 따라갈 수 없겠지만요. 

 

어떤 것들이 가능할지 지금으로서는 상상하기가 어렵겠지요? 

 

장승미 어떻게 할 수 있을지 계속 찾아야 하는 때인 것 같아요. 현재의 스트리밍 방식 말고 더 좋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모든 예술을 실시간으로 봐야 할 필요도 없는 거고요. 얼마 전 인터넷으로, 야구 경기에서 어린이가 시구하는 장면을 봤는데, 비닐로 공을 만들어서 아이가 안에 들어가 자신이 공이 되어 포수에게 걸어가는 방식으로 진행했어요. 그런 것처럼 사람들을 보호하면서도 직접적으로 감동을 주는 방법을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유병민 플랫폼 자본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창작자들이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 라이브를 진행했을 때 플랫폼이 가지고 가는 이윤들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 하는 고민이죠. 공공에서 플랫폼을 만드는 것도 한 방법일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대전으로 한정해 보면 대전 지역 창작자들이 하기 어려운 부분을 공공에서 플랫폼을 만들어 해결하는 거죠. 

 

제 이야길 하자면 감정적으로 많이 깔아진 상태에서 9월, 10월에 예매해 두었던 공연들까지 취소되면서 마음이 좋지 않았어요. 문화예술이 내 삶에 주는 위로가 컸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계기였어요. 

 

장승미 창작자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대중들은 창작자의 창작물을 보고 기분 전환을 할 수도 있겠지만 대중들이 자신의 창작물을 보고 치유받고자 하는 욕망을 드러내면 거기에 끼워 맞춰서 작품을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자기 중심을 지키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유병민 그래도 이렇게 힘들 때 문화예술이 사람들을 위로해 주는 건 분명한 것 같아요. 누구보다 생계를 위협받는 것도 문화예술 쪽이고요. 

 

장승미 예술을 복지 차원에서 다루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예술이 사람들을 치유하기 위해 존재하는 건 아니니까요. 그런 부분을 경계할 필요는 있는 것 같습니다. 아까 말씀 드린 영화지원사업 중 할인권을 나눠 준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경계하는 거고요.

 

안권영 코로나19를 계기로 문화예술 쪽의 지원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되었어요. 성과, 관람객 수, 관여된 사람 수에 얽매이지 말고 그것과 무관하게 사회 시스템 하에서 서포트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물론 국가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것이니 창작자나 지원받는 곳에서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하는 건 당연한데, 그것 때문에 창작하는 사람들이 위축되면 안 될 것 같아요. 지원과 관련된 사회적 인식에 관해서는 여전히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장승미 재단도 그렇고 정보문화산업진흥원도 그렇고 홈페이지에 가면 코로나19 관련 피해 접수 받는다, 의견 제시해 달라는 게시물이 있어요. 피해를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서 그것에 대한 피로도도 좀 쌓이는 것 같아요.

 

아무래도 문화예술의 ‘본질’ 측면에 대한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요. 조금이나마 우리가 희망을 가질 수 있다면 어떤 부분일까요?

 

안권영 조성진의 온라인 리사이틀을 보면서 많은 생각을 했어요. 누구는 방구석에서 공연을 보고 누구는 사무실에서 보기도 하고, 누군가는 지하철에서 보기도 했을 텐데 그렇게 하나의 어려움 속에서 같은 시간, 같은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게 예술의 목적이 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안 보고 안 들어도 되지만, 앞으로 어떤 사태가 발생하더라도 문화예술은 계속 펼쳐질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장승미 저의 경우 이번 사태 속에서 어두운 작품을 선정하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더라고요. 얼마 전에 ‹페인티드 버드›라는 작품을 상영했는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야만적 행위가 과감하게 표현되는 영화여서, 이 시기에 사람들이 극장에 와서 보는 영화가 어둡고 우울한 내용이면 좋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관객분들이 평을 좋게 해 주셨어요. 현재의 환경적 여건을 떠나서 영화 그 자체로 봐 주신 거죠. 오히려 제가 쓸데없는 고민을 많이 한 느낌이었어요. 관객들은 다양한 것을 보고 싶은 마음을 계속 유지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안권영 Artspace128에서 가장 최근에 연 전시가 오완석 작가의 ‹무통기한›인데요. 공산품에 찍힌 유통기한을 소재로 한 전시였어요. 4·16, 4·19, 8·15 등의 날짜가 유통기한으로 찍힌 것들을 모아 전시한 거죠. 공산품 자체는 유통기한이 끝나 버렸지만 관객에게 ‘그래서 어떻게 할 건데?’ 하는 물음을 던지는 전시였습니다.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전시를 통해 질문과 답을 찾으려 했던 관객들도 있었습니다.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예술이라는 주제에도 화두를 던지는 측면이 있다고 생각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문화예술이 누군가에게는 새로움과 낯섦, 다양성을 던져 줄 수 있다고 봐요. 

 

유병민 아직 저는 코로나19에 대해 느끼는 공포가 커요. 공연 사진을 찍는 입장에서 6월에 친한 연주자들의 공연이 열렸을 때 직접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죠. 면역력이 약한 가족 구성원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리허설 때라도 사진을 찍어서 ‘여기 사람들이 소리치고 있어요’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의무감이 있고, 심각한 상황만 아니라면 리허설에라도 가서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장승미 ‹무통기한› 얘기를 들으며 생각난 건데, 누군가 ‘코로나19 상황 끝났습니다, 여러분들 해방입니다’ 하고 딱 지정해 주면 얼마나 좋을까 싶어요. 지난하고 작은 고통이 계속되는 느낌이에요. 제 주변에서 확진자가 있지는 않아서 체감하지 못하지만, 실체 없는 공포를 항상 느끼고 있거든요. 어느 날 누군가 ‘여러분은 해방입니다’ 하고 메시지를 던져 주면 좋을 것 같아요. 

 

유병민 역사책을 보면 ‘3년간 역병이 돌고’ 이러한 구절들이 있는데, 당시 사람들은 정말 힘들었을 테지만 결국 그 시간은 한 문장으로 기억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긴 시간을 통해 지금을 보면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요. 우리는 그 긴 시간 속의 작은 인간이라는 걸 생각하게 됩니다.

 

 

 

진행·정리 성수진 사진 이용원

참여 장승미(대전아트시네마 프로그래머) 안권영(Artspace128 대표, 미술가) 유병민(직장인)

[2020년 155호 월간 토마토 인터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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