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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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엄마가 된다는 것

by 토마토쥔장 2021. 4.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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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글·그림 이파

 

 

두 임산부가 만났다. 기차역 입구 에스컬레이터 앞에서 임신 9개월, 임신 5개월에 접어든 두 임산부가 배를 내밀고서 손을 맞잡는다.

 

"언니, 진짜 배 많이 나왔다!"

 

임신 9개월 된 배는 덮개를 덮은 유모차 같다. 그에 비하면 임신 5개월은 아무것도 아니다. 임신 5개월에 접어든 임산부는 그 배를 보며 현실을 깨닫는다.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구나. 내 배도 저렇게 되겠구나. 어떻게 배가 저렇게 부풀어 오를 수가 있단 말인가. 저런 일이 내 몸에서 일어난다고?!?!

 

 

두 임산부는 대학교 때 만나서 지금까지 인연을 이어 왔고 둘 다 마흔의 나이에 가까워졌으니 20년 가까이 서로를 알고 지낸 셈이다. 여태 여러 모습을 보아 왔으나, 그중 가장 충격적인 외양으로 마주할 줄은 몰랐다. 임신 9개월이 된 아이는 셋째다. 성별은 아들. 임신 5개월이 된 아이의 성별은 딸로 첫째다. 두 사람은 복잡한 역사를 빠져나와 식당을 찾는다. 임신 9개월이 추천한 매운 족발을 먹기 위해서다. 10여분 걸어서 도착한 족발집. 시원한 맥주 한 잔이 아쉽지만 사이다로 대신하며 매콤한 족발을 만끽한다. 식사는 즐거웠으나 대화는 무겁다.

 

엄마 이야기, 아빠 이야기, 그리고 여자로 산다는 것, 엄마가 된다는 것.

 

"힙하게 살고 싶었는데."

 

"그건 이미 그른 거 같지 않냐?"

 

세 번째 아이를 낳을 그녀가 이미 알고 있는 걸, 첫째 아이를 낳을 그녀는 모른다. 세 번째 아이를 낳을 그녀가 말한다.

 

"분명한 건, 멈추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는 거야. 새로운 것에 도전하고. 일도 계속하고. 아이가 다 보고 있어."

 

무서운 말이다. 아이가 보고 있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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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엄마는 우리를 이렇게 낳았고, 내 딸은 또 누군가를 이렇게 낳을 수도 있고 낳지 않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가, 임신을 하고부터 부쩍 엄마 생각을 많이 한다.

 

얼마 전 드로잉 수업 시간에 젊은 엄마와 어릴 적 내가 자전거를 타고 찍은 사진을 가져가서 그림으로 그렸다. 사진 속 엄마는 30대 초반, 나는 대여섯 살 되었을까. 노란 구두를 신은 엄마가 활달하고 신나 보인다. 힙하다. 옷차림도 끼고 있는 안경도. 지금의 나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나와 오빠를 낳고 우리를 키웠을 엄마의 젊은 시절은 어땠을까.

그 가늠할 수 없는 시간을 가만히 혼자서 떠올려 본다. 엄마가 된다는 건 내 시간의 자전거 위에서 나와 나의 아이가, 그리고 우리 엄마가 함게 페달을 밟고 있을 듯하다. 그 위에 나의 딸도 올라탔으니 이제 3인용 자전거인가? 그냥 한번 웃어본다. 무겁겠지만 가볍게 페달을 밟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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