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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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by 토마토쥔장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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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사람들은 한마디씩 거들었다

정덕재(시인, 르포작가)

 

 

 

“축하합니다”

“더 기다려봐야지”

 

사무실 한쪽에서 동료와 이야기를 나누는 중에 밝은 표정을 짓는 한 사람이 문을 밀고 들어오자, 나와 얘기를 나누던 이는 기다렸다는 듯 일어나 축하인사를 건넸다. 그는 조금은 쑥스러운 표정으로 감사하다는 인사를 나누고 일을 보고 나갔다. 인사를 받은 사람이 퇴장한 이후 같이 있던 이에게 물었다.

 

“저 사람 승진했어요?”

“아니요, 집값 많이 올랐다고 인사한 건데”

 

그러고 보니 최근 들어 주변에서 아파트 시세를 화제 삼아 얘기하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 올해 들어 전국에서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곳 1~3위가 모두 대전이라는 얼마 전 보도가 떠올랐다.

 

이사한 지 불과 2년 만에 2억 원 이상의 차익을 남겼다는 사람은 동료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눈에 받았다. 그 즈음에 나는 허름한 농막의 보수작업에 나서고 있었다.

 

“시골에 돈 들이지 말고 아파트를 사라구. 두 번만 튀기면 노후생활이 따뜻하다니까”

 

농막 얘기를 꺼낼 때 마다 주변에서는 안타까운 반응을 보이곤 한다. 가끔은 귀가 솔깃하기도 하지만 금세 처마 밑 풍경을 흔드는 바람 소리와 상냥한 새의 노래가 그리워진다.

 

 

 

<한마디 거드는 사람들>

올해 농막을 지은 지 3년째다. 일주일에 하루 이틀 머무는 농막 생활에 익숙해지면서 단순함과 비움의 상징인 미니멀리즘으로 살겠다는 초심은 종종 흔들린다. 두 발 뻗으면 닿을 것 같은 방 구석에서 머물다 보면 불편한 때가 있다. 문만 열면 바로 야외다 보니 작은 공간 하나가 아쉽게 느껴지곤 한다. 처마 밑 데크에 작은 탁자 하나를 놓기는 했지만 바람이나 모기 같은 곤충을 막을 길이 없어 그 공간을 보완하기로 결정했다.

 

이거 돈 많이 들이지 말고 하셔요

 

3년 전에 농막을 지었던 이는 첫마디부터 비용 얘기를 꺼냈다. 자신의 인건비만 챙겨주고 나머지 들어가는 자재들은 내가 구입해 공급하는 방식이 가장 저렴하다고 했다. 큰 집을 지을 때는 적당한 이윤을 챙기기도 하지만, 오랜 인연 탓에 그렇게는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물론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는 해도 그의 솜씨와 부지런함은 베테랑급 수준인 것을 인정한다.

 

나흘 정도의 공정이면 구조변경 공사는 가능해 보였다. 우선은 처마 밑에 깔아놓은 나무 데크를 철거하는 작업을 했다. 다음에는 긴 처마를 차지하고 있는 지붕을 걷어내고 레미콘 차량을 불러 바닥 몰탈 작업하는 것으로 이어졌다.

 

조용하던 산 아래에서 망치질과 여기저기 용접하는 모습이 등장하자 윗집과 아랫집은 남다른 관심을 나타냈고 농막 뒤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도 공사현장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거기다가 유리창 달라구 하는구먼

“딱 보면 아시나 봐요”

다들 그려

“동네에 이렇게 확장하거나 변경하는 집들이 많은가 봐요”

사는 게 다 그려. 조금씩 늘려가면서 사는 거지

 

텃밭을 가꾸는 할머니는 이런 모습이 익숙하다는 듯이 공사가 시작되는 첫날부터 바뀐 농막의 모습을 떠올리고 있었다. 농막 옆에서 밤 농사를 짓는 아줌마는 공사현장을 수시로 지나다닌다. 한창 밤 수확을 하는 시기라서 하루에도 서 너 번씩 농막을 지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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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크게 짓지 그랬어

“너무 작게 지었나 봐요”

 

아줌마의 의사를 충분히 짐작했던 터라 맞장구를 쳐 주었다.

 

나는 처음 지을 때 창고 짓는 줄 알았다니까, 너무 작아서

“여기서 눌러 사는 것도 아니라서 작게 지었어요”

늘리는 김에 더 크게 늘려

“아녜요 조금만 넓힐라구요”

몇 년 살다 보면 또 후회할텐디

 

아줌마는 영 마땅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3년 전 농막을 지었을 때, 아줌마가 했던 말이 지금도 생생하다.

 

지금 다 진 겨?

 

농막을 완성하고 한 달인가 지난 어느 날, 길을 가다가 내뱉은 한 마디였다.

 

 

 

<설계는 입으로>

농막 구조변경 작업에 참여한 이는 모두 2명이다. 나도 현장에 있기는 했지만 기술인력으로 분류하기에는 함량 미달이다. 그저 물병이나 갖다 주고 간식이나 챙겨주는 게 나의 몫이다. 그리고 점심 밥 같이 먹고 저녁 때 소주 한 잔 사 주는 것 이상의 역할을 하기에는 체력도 부실하다.

 

형님은 그냥 구경만 하셔요 돌아 다녀봐야 걸리적거리기 만 하구

 

기술자 1은 농막을 처움 지을 때 참여한 이고 기술자 2는 이번에 처음 만난 사람이다. 기술자 1이 기술자 2를 고용해 데리고 다니는 형태이지만 협업관계는 잘 이루어지는 편이었다. 나이는 기술자 2가 더 많았다. 둘은 작업 공정을 서로 물어보지 않아도 다음 순서에 해당하는 작업을 알아서 해 나갔다.

 

이렇게 바닥을 올리면 레미콘이 많이 들어갈 거 같은디?”

 

기술자 1이 한마디 내뱉자 기술자 2가 대답을 했다.

 

바닥에 스치로폼을 깔면 레미콘을 줄일 수 있을겨

그럼 그렇게 해 볼까

안 그러면 공구리 한없이 쳐야 할 겨

 

둘은 비용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수시로 의견을 나누었다. 둘 다 이 십 년 이상의 건축 경험을 가진 이들이기 때문에 묘안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도시에 있는 큰 건물을 지은 경험은 많지 않았어도 작은 농가주택을 비롯해 비닐하우스 공사 등 농가에서 할 수 있는 잡다한 일들에 대해선 다양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

 

 

이들은 도면을 가지고 작업하는 것도 아니고 말을 섞어가면서 설계를 하는 분위기였다. 중간에 태풍이 찾아와 공사일정이 늦어지기는 했어도 별다른 탈 없이 작업을 마무리 지을 수 있었다.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 기술자 2는 종종 사연 많은 표정을 짓기도 했다. 그러나 유쾌하게 일을 했다. 자기 집처럼 일을 하는 태도가 매우 고마웠다.

 

 

 

<자연이 주는 선물>

농막에 거실개념의 공간 하나가 추가로 마련됐다. 거실이라고 부르기 애매하지만 유사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추위를 대비해 중고 화목난로 하나를 알아보는 중이다. 눈이 내리는 겨울밤. 난로 가에 앉아 군밤을 안주 삼아 맥주 한 잔 하는 것으로 공간의 낭만을 즐겨볼 생각이다.

 

몇 달 만에 1억 원 이상의 집값이 올랐다는 직장 동료의 말에 가끔은 마음이 흔들리기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고요 속에서 들려오는 귀뚜라미 소리와 구슬프게 우는 산비둘기의 목청과 숲을 헤집고 다니는 고라니의 풍경은 자연이 주는 큰 선물이다. 길가에 가로등이 생긴 이후 쏟아지는 별빛이 흐려지기는 했지만 밤하늘을 응시하며 미지의 세계를 상상하는 것도 즐거움이다.

 

숲이 감싸고 있는 작은 농막에서 깊은 적막 속으로 빠지면 내 안의 나와 내 밖에 있는 나를 확인할 수 있다. 잠시 복잡한 현실을 벗어나는 기회를 통해 단절의 편안함을 느낀다. 고립의 안식도 찾아온다. 그것만으로도 손바닥 만한 공간은 소중하다. 글쓰기의 상념에 빠지는 시간은 덤으로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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