ㄱ 하니, 우리사랑했던 그 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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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르포

ㄱ 하니, 우리사랑했던 그 시절

by 토마토쥔장 2021.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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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우리사랑했던 그 시절

정리 고추

 

사진출처 : 픽사베이

 

때는 바야흐로 2016년 5~6월 빨간 장미가 담벼락을 모두 물들일 때, 이들은 이별을 시작했다. 피자빵, 앙버터, 김밥, 홍차, 네 사람은 2016년 5~6월연인과 헤어졌다. 서로 짠 것도 아닌데 비슷한 기간에 줄줄이 이별을 겪었다. 2년, 8개월, 80일까지 만남을 지속한 기간은 모두 달랐다. 5월이 시작하자마자 전염병처럼 이별이 번졌다.

 

 

한동안 고요한 평화가 마음을 적실 즈음 연인과 헤어진 네 사람을 한 자리에 모았다. “너무 잔인한 거 아닙니까?” 피자빵은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분노를 표현했다. 그래도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말로 뱉고 나면 별것 아닌 것처럼 느끼고 크게 아프지 않다는 말! 모두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는 의미로 노란 단무지가 이별 모임을 이끌었다. 그리고 파란 고추가 이들의 이야기를 정리했다. 

 

 

단무지: 넷 모두 사랑에 관해서 가장 많이 생각할 때일 거 아니야. 지금이 네 사람과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기에 적기가 아닌가 싶었는데, 어때?

 

고추: 너무 기대돼. 아무래도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이야기가 다른 사람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겠어. 

 

피자빵: 그렇게 신기하고 즐겁다는 듯이 말하지 말아 줄래.

 

 

피자빵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아무래도 조심스러워야 할 것 같아서 최대한 말을 아꼈다. 

 

 

단무지: 그래. 다들 아프겠지만 진정하고,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눌 이야기는 사랑과 이별에 관한 이야기야. 그것이 인류의 영원한 숙제가 아니겠니. 모두 이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아직 생생하게 기억하겠지. 어떤 이유로 헤어졌는지 이야기해 주겠니. 

 

홍차: 마음이 더 커지지 않았어.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마음을 키우려 했는데 상대가 그만큼 따라와 주지 않는 것 같으니까 자꾸 재게 되더라고. 예를 들면 이런 거야. 내가 1을 주면서 상대에게도 1을 바라게 되는데 그게 안 되는 거야. 계속 나만 주는 것처럼 느껴지니까 지치게 되더라. 

 

단무지: 조건을 달면서 주는 게 사랑하는 건가.

 

홍차: 그래서 헤어진 거지. 1을 주면서 계속 바라는 마음이 드니까 이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깨닫게 된 거야.  

 

앙버터: 나는 대화가 안 통한다는 걸 느끼면서 헤어지기로 했어. 처음부터 대화가 안 통한다는 걸 느끼고 있었는데, 그걸 표현한 적은 별로 없었거든. 상대는 늘 하던 대로 하는데 어느 날 그게 참기 힘들더라. 갑자기 그랬던 건 아닌 것 같고, 그게 계속 쌓이면서 정리를 했던 것 같아. 

 

김밥: 항상 함께 있는 미래를 고민했는데, 종교 문제로 상대방 집에서 나를 별로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어. 둘만의 관계에서는 큰 어긋남이 없었는데, 넓게 생각하다 보니까 항상 그런 문제로 다투게 되더라고. 그것 때문에 만나는 동안 서로 많이 힘들었고, 결국에는 헤어지는 쪽으로 정리를 했지. 

 

피자빵: 지금도 왜 헤어졌는지는 잘 모르겠어. 이별을 통보받은 입장이었으니까. 친구가 말한 이별의 이유는 날 더는 사랑하지 않는다는 거였어. 머리로는 이해하는데 아직 마음으로는 받아들이지 못한 같아. 사실을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때가 오면 아플 같아.

 

 

먼저 이별을 통보한 사람이 둘, 서로 대화 끝에 이별을 선택한 사람이 하나,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이 하나였다. 그래도 결과적으로는 넷 모두 이별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한 후에 선택한 것이었다. 그렇다. 혼자는 이별도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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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무지: 그래서 지금은 상처가 아물었어?

 

김밥: 아직은 모르겠어. 보고 싶고 궁금하기도 하고 그래. 

 

앙버터: 나는 상처가 오래 안 갔어. 헤어지자고도 메신저로 이야기했는데, 그 이후로 한 번 만났단 말이야. 만나는 순간 이 사람이랑 다시 만날 수 없겠다는 걸 알았어. 만나기 전에는 기대가 있었는데, 만나니까 그게 안 되겠더라고. 그걸 깨닫고 나니까 너무 슬픈 거야. 미안했어. 만나는 순간에는 미안한 마음이 너무 컸어. 그렇게 헤어지고 나니까 이후에는 큰 미련이 없었어. 

 

홍차: 메신저로 이야기하다가 만나자고 해서 만났어. 그 친구가 고기를 사주더라. 고기 먹으면서 이야기하고 헤어졌어. 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헤어진 이후에도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어. 그런데 역시 헤어진 후에는 안 만나는 게 제일 좋은 것 같아. 평소엔 그러지도 않던 사람인데 내 앞에서 괜히 다른 사람이랑 친근하게 대화하는 데 너무 화가 나는 거야. 질투작전? 그런 건 절대 하지 말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어. 

 

 

단무지: 모두 이번 헤어짐을 통해서 많은 걸 느낀 것 같네. 이번 이별이 너희에게 남긴 교훈이 있니. 

 

피자빵: 웬만하면 이별을 알리지 마라. 연애사를 알리지 마라. 이런 게 교훈이었어. 이별을 바라보는 주변의 초롱초롱한 눈빛이 싫어. 그리고 이런 기획이 나왔다는 것도 정말 잔인한 것 같아.

 

홍차: 연애하기에 내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구나. 내가 누굴 만나든 이기적이었던 것 같아. 지금까지 내가 자기중심적으로 연애했던 것 같아. 그래서 아직 누굴 다시 사귈 자신이 없어. 연애를 오래도록 잘 이끌 자신이 없어. 

 

앙버터: 취미나 취향이 비슷한 사람을 만나야겠다는 걸 느꼈어. 

 

김밥: 아 진짜 괜찮은 사람은 다 어디 있나 모르겠다. 

 

피자빵: 헤어지고 나면 정말 그래. 괜찮은 사람 주변에 아무도 없는 것 같아. 생각해 보면 연애할 당시에는 나도 괜찮은 연애를 하던 사람이었잖아. 

 

 

단무지: 각자 생각하는 괜찮은 사람의 기준은 뭔데? 

 

피자빵: 막상 그렇게 물어보면 하나 아니야? 외모를 먼저 따지겠지. 

 

앙버터: 맞아. 막상 연애할 때는 외모를 그렇게 안 따지는데, 그래도 그냥 보기에 괜찮은 사람이라고 하면 외모를 많이 보게 되지. 근데 외모가 괜찮은 사람은 얼굴값 한다고 하잖아. 

 

김밥: 못생긴 사람은 꼴값한다고 그랬어. 

 

 

다른 사람과 맞춰가고, 알아가고, 이해하는 게 어려우면서도 반대로 누군가 나를 맞춰주고, 알아주고, 이해해 주는 게 마음의 평안을 준다.

그래서 다들 연애를 하려고 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무지: 그런데 연애를 안 하면 안 되나. 왜 다들 그렇게 연애를 하려고 할까. 

 

김밥: 연애를 안 하면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어. 어릴 때는 사회 나가면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정말 즐겁고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살다 보니까 정말 별거 없더라고. 사는 게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드니까 좋은 사람 만나서 소소하게 사는 게 제일 행복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어. 

 

피자빵: 손잡고 다니면서, 같이 뭘 보고 이야기하는, 그런 느낌이 좋잖아. 연애하는 행복이라는 게 거창한 게 아니야.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받고 싶은 거지. 그런 느낌을 줄 수 있는 건 친구보다는 애인인 것 같아. 연애를 한 번도 안 한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고 하잖아. 

 

앙버터: 동성 친구랑은 정말 느낌이 달라. 정말 오래 사귄 친구가 있어도 사귄 지 얼마 안 된 애인이랑 더 가까워지는 것 같아. 더 많이 공유하고 싶고, 계속 만나고 싶고, 그렇잖아. 동성 친구가 주지 못하는 마음의 평안을 주는 것 같아. 

 

피자빵: 20년 만난 친구보다 어제 만난 애인이 중요하지. 그게 본능인 것 같아. 사람마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마음의 거리라는 게 있잖아. 그런데 애인한테는 그 거리 자체가 없는 것 같아. 

 

 

단무지: 몇십 년 만난 친구보다 가까운 사이인데 헤어지면 친구보다 못한 사이가 되잖아. 

 

앙버터: 남보다도 못한 사이가 되지. 지나가다가 만나면 인사도 못하는 사이. 그게 슬프지. 

 

 

단무지: 그래서 다들 다음 연애를 계획하고 있니. 

 

앙버터: 그럼. 나는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른다고 생각해. 

 

김밥: 당분간은 없어. 한 번 누굴 만나면 에너지를 많이 쏟는 편이라서, 지금은 좀 쉬어가야 할 것 같아. 

 

피자빵: 나는 지금은 모르겠어. 당분간은 아픈 마음이 더 커질 것 같아. 그냥 모든 연인이 다 헤어졌으면 좋겠어. 그게 바람이야. 망해버려라!

 

홍차: 지금은 안 하는 게 편하고 좋아. 당분간 연애 안 하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참 이상해. 이렇게 연애 이야기하다 보니까 또 연애하고 싶어져. 

 

단무지: 그럼 이 질문을 마지막으로 할까. 이번 연애를 통해 배운 사랑이란 뭐라고 생각하니. 

 

홍차: 뭔가 하고 싶은 거! 같이 먹고 싶고, 보러 가고 싶고, 뭔가 계속 같이하고 싶은 거 아닐까. 

 

앙버터: 핑퐁. 죽이 잘 맞아야지 오래 가는 것 같아. 주거니 받거니 잘 되는 게 중요한 것 같아. 

 

 

김밥: 상대를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거. 어차피 나랑 똑같은 사람은 아무도 없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면서 맞춰 가는 거, 인정하는 거, 그런 걸 배웠어. 

 

 

피자빵: 사람 마음이 언제나 일치하는 건 아니잖아. 내가 지금 마음이 그렇지 않더라도 계속 사랑하는 척하는 것도 사랑인 것 같고. 속이는 거 알면서도 속아주는 것도 사랑인 것 같고, 속이는 것도 역시 사랑인 것 같고. 다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행동이잖아. 그런 게 사랑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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