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함께 쓰레기를 주워유~
글·사진 김예인
플로깅(Plogging)은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줍는 환경 운동으로, 이삭 등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 'plocka upp'와 영어의 달리기를 뜻하는 조깅(jogging)의 합성어다. 2016년, 에릭 알스트롬(Erik Ahlström)에 의해 스웨덴에서 처음 시작되었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 나갔다. 우리나라에서는 2018년부터 알려졌고 지역마다 캠페인과 단체가 생겨나 그 활동을 이어 간다. 한국에서는 플로깅을 '줍깅', 제주도에서는 '봉그깅'으로 표현한다.
플로깅은 환경과 몸을 동시에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효과가 있다. 스웨덴 건강 앱 라이프섬은 플로깅이 조깅보다 더 많은 칼로리를 소모한다고 밝혔다. 30분을 기준으로 조깅은 약 240kcal를 소모하지만 플로깅은 약 288kcal를 소모한다.
2020년 12월, 대전에도 플로깅 단체가 생겼다. 대전을 사랑하는 두 청년이 만들었고 현재 학생, 취업 준비생, 직장인, 주부 등 총 8명이 활동 중이다. 두 사람은 어떤 계기로 플로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플로깅을 위해 만든 단체 ‘주워유’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설립 멤버 권유진(26) 씨와 박연수(27) 씨를 만났다.
“동아리방에 쌓이는 포장 용기를 보며 쓰레기의 심각성을 깨달았고 2019년 제주도 비치코밍 참여를 시작으로 플로깅에 관심을 가졌어요.”
비치코밍은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워 모으는 행위를 뜻한다. 권유진 씨는 이 경험을 바탕으로 플로깅을 시작했다. 필리핀으로 대외 활동을 간 박연수 씨는 산처럼 쌓인 쓰레기를 보고 경각심을 가졌다. 그러던 중 친언니를 통해 플로깅을 알았다.
“언니가 반려견을 산책시킬 때 봉지를 가지고 나가 쓰레기를 주워 담더군요. 처음에는 별나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제가 언니 보다 앞장서서 하고 있네요.”
박연수 씨는 공모전 준비를 위해 팀원을 모집하던 중 권유진 씨를 만났다. 일회용품을 사용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환경에 관한 얘기를 나누었다.
“작년 여름 장마가 끝나고 갑천을 갔는데, 쓰레기가 너무 많았어요. 걸릴 수 있는 모든 곳에 쓰레기가 걸려있으니까 자전거를 타면서도 힐끔힐끔 보게 되더라고요. 그때 또 한번 쓰레기의 심각성을 느꼈죠.”
권유진 씨는 자신이 플로깅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여 함께 플로깅할 사람을 찾기 시작했다. 당시 박연수 씨는 일회용품 줄이기를 실천하고 있었는데 조금 더 실천할 수 있는 활동으로 플로깅을 생각하고 있었다. 때마침 권유진 씨가 박연수 씨에게 플로깅을 제안했고 둘은 2020년 11월부터 함께하기 시작했다.
“대전 시민 중에서도 우리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분명 있다고 생각했죠. 대전에 플로깅 단체가 없다면 우리가 만들어 보자고 해서 ‘주워유’를 만들게 되었어요.”
그렇게 ‘주워유’가 만들어졌고 인스타그램을 통해 시민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우리의 작은 행동이
“바람이 불거나 비가 오면 쓰레기가 하천으로 쓸려 내려갑니다. 가벼운 것들이 내려가기 때문에 플라스틱, 스티로폼, 비닐이 주를 이뤄요. 이러한 쓰레기가 식수원을 오염시키고, 바다로 흘러 들어가 물고기 먹이가 되죠. 결국에는 우리 식탁에도 올라오게 됩니다.”
권유진 씨는 플로깅이 이런 상황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누군가 함부로 버린 쓰레기가 다른 곳으로 흘러 들어가기 전에 플로깅을 하며 치우는 것이다. 또 쓰레기 발생량을 줄이고 아무 곳에나 버리지 않는 것도 플로깅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했다.
“쓰레기를 줍는 우리 모습을 보고 동참하는 사람이 생길 수 있고, 줍지는 않더라도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이 줄어들 수 있어요.”
박연수 씨는 플로깅이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중요한 활동이라 했다.
쉬운 환경 운동
“저희는 ‘일상생활에서 쉽게 하는 환경 운동’을 추구해요. 그래서 주로 거주 지역에서 플로깅을 하죠. 활동 후에는 단체 채팅방과 인스타그램에 인증 사진을 올려 공유하고 있어요.”
코로나19가 잠잠해지면 멤버들과 함께 하는 등산 형태의 플로깅을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권유진 씨와 박연수 씨는 거주 지역이 가까워 수요일마다 함께 플로깅을 한다. 반려견과 함께할 때도 있다. 현재까지 가수원동, 관저동, 도안동, 유림공원, 갑천 산책로, 그리고 유등천에서 활동하였다.
“플로깅을 하기 위해서는 종량제 봉투와 재활용 쓰레기 담는 봉투, 집게, 장갑이 필요해요. 종량제 봉투가 다 차면 크린넷에 버리고, 재활용 쓰레기는 깨끗이 씻어서 분리배출 해야 합니다.”
재활용 쓰레기를 담는 봉투는 비닐보다 재사용 가능한 봉투가 좋다. 플로깅 활동 과정에서 생기는 쓰레기를 줄이기 위함이다.
직접 '주워유'와 함께 플로깅에 참여해 봤다. 몇 발자국 뗄 때마다 쓰레기가 보였지만 오늘은 쓰레기가 별로 없는 거라 했다. 매주 플로깅 하는 이들이 바라본 현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궁금해졌다.
“평균적으로 5L를 채우는 데 30분도 채 걸리지 않아요. 터널 입구 주변으로 쓰레기가 많이 몰려 있는데 한 터널에서는 10L의 쓰레기를 20분 만에 줍고, 쓰레기를 담을 봉투가 부족해 돌아왔던 적이 있어요. 또 한 시간 동안 왕복 2km를 산책하면서 주운 담배꽁초는 226개였어요.”
터널과 마찬가지로 하천과 주변 산책로에서도 많은 쓰레기를 볼 수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쓰레기로 지칠 법도 하지만 계속해서 플로깅을 하겠다는 두 사람. 오늘 쓰레기를 주워도 내일이면 다시 더러워지는 걸 보며 ‘내가 한 일이 의미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커뮤니티를 통해 자신이 틀린 게 아님을, 옳은 일을 하고 있음을 확인하며 다시 용기를 얻는다.
“서로를 격려해주는 것이 필요해요. 그래서 함께 하는 것이 중요하죠. 지속해서 플로깅을 하고 싶어요.”
권유진 씨와 박연수 씨는 ‘주워유’가 환경 정보 공유의 장이 되고 플로깅 대중화에 도움이 되길 소망한다.
우리의 시선을 바닥으로
“플로깅은 어렵지 않아요. 담배꽁초 하나를 줍는 것도 플로깅이고 환경을 지키는 행동이거든요. 혼자서도 할 수 있는 환경 운동이에요. 많은 사람이 함께 플로깅에 참여하면 좋겠어요.”
‘주워유’의 움직임이 우리의 시선을 바닥으로 향하게 한다. 달리며, 걸으며, 자전거를 타며, 버스를 기다리며, 언제든 할 수 있는 플로깅. 우리는 단지 손을 뻗어, 주우면 된다. 함께 할 때 더 살기 좋아지는 대전. 쓰레기를 하나도 주울 수 없는 그 날을 기대하며, 우리 함께 주워유.
[2021년 4월호 월간 토마토 인터뷰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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