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네 살 청년이 생각한 TV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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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

스물네 살 청년이 생각한 TV의 미래

by 토마토쥔장 2021. 4.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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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네 살 청년이 생각한 TV의 미래

이제 중요한 건, 플랫폼보다 콘텐츠다!

김송희

 

 

사진 출처 픽사베이

 

 

TV의 독재 시대가 끝나고 있다. 소수 방송국이 독점하던 영상의 유통 창구가 다양한 플랫폼을 중심으로, 심지어 글로벌하게 누구에게나 열렸기 때문이다.

 

막대한 시청자를 바탕으로 광고나 협찬을 수익 모델로 했던 한국 대표 방송국 중 하나인 MBC는 2018년에 이미 천억 원 대의 적자(약 1,237억)를 기록했다. 반대로 동영상 플랫폼의 몸집은 점점 커지고 있다. 대표적 기업 유튜브는 2017년 매출 9조 9,000여억 원에서 2018년 13조 6000여억 원, 2019년에는 18조 5000여억 원으로 매년 3조~ 4조 원씩 수익이 늘었다. 넷플릭스는 시가총액 230조 원을 돌파하면서 전통 미디어인 월트 디즈니보다 시가 총액이 커진 상황이다. 마찬가지로 콘텐츠를 공급하는 사람들과 이들을 관리하는 MCN 회사도 덩달아 성장 중이다. 대체 유튜브, 넷플릭스, 인터넷 방송의 매력이 뭐길래 점점 TV를 위협하는 것일까? 

 

 

 

[TV의 첫번째 라이벌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

 

나는 1998년생이다. 정확히 내가 중학교 1학년 때 스마트폰이 처음 나왔다. 나도 그때는 최신 스마트폰이었던 갤럭시 노트 1을 갖고 있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난 스마트폰보다 TV를 훨씬 많이 봤다. 어려서부터 스물넷이 된 지금까지 혼자 있을 때면 보지 않는 영상을 틀어 둔다. 혼자 있지만 TV를 틀어두면 혼자가 아닌 거 같았기 때문이다. 한 가지 바뀐 것은 어느 순간부터 내가 틀어 두는 것은 TV에서 인터넷 방송, 유튜브로 바뀌었다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적막해서 무언가를 틀어 두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내 주변 친구들과 대학 선배들도 자취하면서 보지도 않는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를 틀어 둘 때가 많다고 한다. 근데 왜 TV가 아니라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일까? 

 

 

 

[첫 번째 요소는 ‘콘텐츠의 연령대’다]

라디오와 TV는 공통점이 있다. 젊은 사람을 위한 프로그램이 없다는 것이다. 물론 대형 방송국의 드라마나 예능을 즐기는 젊은이도 많다. 하지만 전체 프로그램 대비 젊은 층이 즐기는 콘텐츠는 일부이다. 요즘 TV를 틀면 대부분 트로트나 트로트와 관련한 인물이 자주 나온다. 그동안은 분명 트로트 지지층이 있었지만 트로트를 볼 수 있는 채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른 아침이나 늦은 밤이 돼서야 볼 수 있던 비주류 트로트가 TV의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은 것은 이런 면에서는 좋은 현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편으론 TV가 40-50대 이하의 시청자들을 포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인터넷에 ‘트로트’만 입력해도 ‘트로트 지겨워’가 연관 검색어로 나온다. 그런데도 주요 방송국은 트로트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낸다. 이러한 연관 검색어 현상을 보더라도 젊은 층이 기성 프로그램에 공감대를 얻지 못한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라디오도 마찬가지다. 일단 라디오를 진행하는 진행자 자체가 젊은 사람이 잘 모르는 사람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내용도 30대 이상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와 반대로 인터넷 방송에 젊은 연령대가 모이는 이유는 시청자 스스로가 자신에게 맞는 방송을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요소는 ‘소통’에 관한 부분이다]

TV는 소통이 불가능하고 라디오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TV 프로그램도 시청자 게시판이 있기는 하지만 쌍방향 소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인터넷 방송은 소통이 실시간으로 이루어진다. 또 TV와는 다르게 시청자가 채팅을 통해 방송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나도 즐겨보던 방송에 들어가 종종 채팅을 치는데, 내 글이 처음으로 읽혔던 날은 너무 기쁘고 뿌듯해서 그 화면을 캡쳐해 두기까지 했다. 내 채팅이 읽혀 만명 이상의 사람들이 다 같이 뭉치는 경험을 하자 나는 그날 이후로도 채팅에 참여하게 됐다. 인터넷 방송에서 채팅을 아예 안 해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말이 있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자신의 채팅이 읽히고 그로 인해 방송의 흐름이 바뀌고 그럼 몇 백에서 많게는 몇 만 명의 사람들이 나로 인해 웃는 경험을 한다면 채팅에 빠질 수밖에 없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다른 사람을 웃기고 싶은 욕구가 있나 보다.

 

 

운전하거나 일을 하는 어른들을 보면 라디오를 틀어두는 경우가 많다. 우리 엄마도 장거리 운전을 할 때나 주말에 집안일을 할 때 항상 라디오를 켜두신다. 젊은이들에게는 인터넷 방송이 라디오이다. 어른들은 라디오로 사연을 보내고 자신의 사연이 뽑히길 기대하며 다른 사람의 사연에 공감하고 함께 웃는다. 젊은이들도 인터넷 방송으로 자신의 사연이나 의견을 남기고 자신의 글이 읽히기를 기대한다. 다른 사람이 쓴 채팅을 보며 같이 웃기도 한다.

 

진행자와 시청자 간의 친밀도는 라디오나 인터넷 방송 같은 소통 콘텐츠에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라디오는 진행자가 연예인이지만 인터넷 방송은 진행자가 일반인이다. 또 인터넷 방송은 어떤 제재나 대본도 없고, 소통도 즉각적이며, 연예인처럼 이미지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더 솔직한 모습으로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젊은 사람들은 라디오 방송보다 인터넷 방송을 더 친근하게 여긴다. 연예인은 먼 존재이지만 인터넷 방송인들은 이웃에 사는 웃긴 삼촌이나 친한 형, 누나처럼 친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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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 요소는 ‘시간’이다]

몇 달 전 주말, 거실에 앉아있었는데 TV에서 처음 보는 영화를 방영했다. 방금 막 시작한 영화였는데 엄마는 재미있겠다며 소파에 앉아 영화를 끝까지 시청했다. 나는 초반에 잠깐 보다가 유튜브에 그 영화 요약본을 검색해서 그 짧은 영상으로 영화를 봤다.

 

새로운 즐길 거리가 매일같이 쏟아져 나오는 시대에 한 시간을 온전히 TV 프로그램에 쏟아붓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그래서 유튜브를 통해 요약본, 하이라이트, 리뷰 영상들을 보며 짧은 시간 동안 최대한 많은 콘텐츠를 소비하려고 한다. 반대로 콘텐츠를 더 길게 보고 싶을 때도 TV는 재방송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반면 인터넷 방송이나 유튜브는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 내에서도 영상 길이가 다양하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다. 예를 들어 TV요리 프로그램을 보면 건너뛰거나 메뉴를 고르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러나 유튜브는 선택지가 다양하다. 내가 보고싶은 요리, 콘텐츠를 보고싶은 시간과 장소, 영상의 길이, 재생 속도까지 내가 선택할 수 있다. 몇초씩 스킵도 가능하다. 

 

 

 

[네 번째 요소는 TV에서 보여주는 세상이 낯설다]

며칠 전에는 뉴스를 봤는데 취업을 못한 사람들 중 상당수가 고 스펙자임에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는 기사를  보았다. 기술이 발전한 만큼 세상 살기 좋아지고 편해진 건 맞지만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다. 집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고용은 줄었으며 경제는 점점 악화되고 어른이 되면 무언가 이루었을 거라 생각하지만 현실은 그냥 나이만 먹은 내가 있을 뿐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 바이러스까지 난리이다. 젊은이들은 빠르게 변하는 세상과는 다르게 그대로인 거 같은 자신을 발견하고 부담과 압박을 느낀다.

 

그런데 TV를 틀면 모두가 행복해 보인다. 관찰 예능도 리얼 버라이어티도 출연진 모두가 재미와 낭만, 여유를 갖고 사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상대적으로 박탈감을 느낄 수 있고 이것이 젊은이들이 TV를 보지 않는 이유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섯 번째 요소는 ‘대리만족’이다]

미디어를 통해 시청자는 대리만족을 느낄 수 있다. 따라서 시청자가 원하는 부분을 정확히 영상에 담는 미디어가 대중의 선택을 받는다. 인터넷 방송과 유튜브는 젊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을 보여줘 대리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것도 TV와는 다른 점이다.

 

 한국 대형 게임사 넥슨에 '메이플 스토리’라는 게임이 있다. 최종 보스인 검은 마법사는 열세 살 때부터 서른이 된 지금까지 메이플 스토리를 즐겼던 방탄 소년단의 멤버 진 조차도 깰 수 없는 상대이다. 넥슨에서 게임 스토리 상 아직은 유저들이 클리어할 수 없도록 설정해 두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인터넷 방송인들 중 좋은 장비와 최고급 무기를 갖춘 사람들끼리 모여 검은 마법사를 격퇴하는 콘텐츠를 찍은 적이 있다. 성공하진 못했지만 일반 유저들은 검은 마법사 근처에 가는 것도 대단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방송을 통해 궁금증을 해결하고 대리만족을 한다.

 

게임뿐만 아니라 유튜브에는 다양한 대리만족 콘텐츠가 있다. 연예인 김나영의 '대신 입어드립니다’처럼 패션과 관련된 콘텐츠, 다이어트를 하거나 위가 작아 많이 먹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는 먹방 콘텐츠 등이 있다. 또 대리만족을 노리고 만든 콘텐츠가 아니어도 시청자는 자신이 할 수 없는 무언가를 하는 다른 사람을 유튜브를 통해 보며 만족을 느끼기도 한다. 

 

 

 

 

[결국, 돌파구는 ‘경쟁력 있는 콘텐츠’밖에 없다]

유튜브와 인터넷 방송 말고도 넷플릭스 같은 대형 콘텐츠 플랫폼도 TV의 시청자를 빨아들이는 존재다. 2020년 6월 26일 1050회를 끝으로 KBS의 지상파 코미디 프로그램 ‘개그 콘서트’는  21년의 역사를 마감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에 대한 인터넷에서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었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의 등장으로 여타 프로그램처럼 문을 닫은 것이다’라는 의견과 ‘유튜브 때문이 아니다. 그냥 시대를 읽지 못하고 재미 없어졌기 때문이다’라는 두 개의 반응이었다. 나는 후자의 여론에 동의한다.

 

다른 플랫폼의 등장으로 많은 TV 프로그램이 타격을 받은 것은 맞지만 그럼에도 콘텐츠가 탄탄하고 재미있는 프로그램은 살아남았다. 내가 개입할 수 없고 시간에 맞춰 자리를 잡아야 하며 소통이 단절된 TV 프로그램이라고 해도 재미가 있으면 사람들은 본다. 콘텐츠의 중요성을 깨달은 디즈니는 몇 조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넷플릭스에 제공하던 마블, 월트 디즈니와 같은 자사 콘텐츠를 끊어버렸다. 그리고 자사 OTT 회사인 디즈니 플러스를 통해 오리지널 콘텐츠에 투자를 시작했다.

 

콘텐츠가 중요하다는 사실은 현대사회에서 진리로 통한다. 영상을 보려면 시간이라는 자원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탄탄한 콘텐츠로 사용자들의 체류 시간을 확보하는 채널과 플랫폼만이 생존할 수 있다. 이제는 플랫폼을 넘어서 콘텐츠로 승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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