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들’은 왜 파리를 겨냥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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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칼럼

‘저들’은 왜 파리를 겨냥했는가?

by 토마토쥔장 2021.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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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들’은 왜 파리를 겨냥했는가?

임기대

 

파리가 되든 브뤼셀이 되든 유럽의 대도시를 방문해보면 불과 10 년 전과는 확연히 다른 도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중 하나는 삼엄한 경계를 하는 군과 경찰이 도심을 순찰하는 모습이다. 과거 필자가 유학했던 1990년대에는 거의 보기 힘든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도심 곳곳에서 아주 자연스럽게 볼 수 있는 일이 되었다. 사회적으로 테러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며 자연스레 이민자 집단에게도 관심을 두지 않을 수가 없었으며, 국가의 중요한 관심사가 되었다. 지난 4월호에서도 밝혔듯이 파리 몽마르트(Montmartre)의 거리예술가의 거리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갈 곳 없는 마그레브 이민자 2-3세대와 동유럽 출신의 집시들이 득실대는 곳이다. 이곳을 올라가다 보면 이제는 늘 신변 안전에 긴장을 놓을 수가 없다. 소매치기 등으로 생활을 하는 젊은이들이 많기도 하지만, 이곳의 젊은이들은 보다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파리에 있는 이민역사 박물관의 전경. 프랑스 내 이민자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다

 

특히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한 이민자 2-3세 젊은이들의 좌절감이 생각보다 깊다. 이제는 눈에 보이는 공공연한 사회적 차별도 평등과 박애의 나라 프랑스를 저주케하는 요소 중 하나이다. 극단적인 성향의 젊은이들은 사회에서 마땅히 기댈 곳이 없다 보니 자신들만의 독자적인 무슬림사회를 구축하여 새로운 세상을 꿈꾼다. 이슬람 사원에서 모여 예배보고, 이슬람과 현 사회에 대해 토론하고, 인터넷을 통해 극단적 ‘이맘’(Imam, ‘지도자’의 의미지만 예배시 신도들을 지도하는 역할을 맡은 사람을 일컫는다)의 설교를 듣다 보면 현실 세계를 쉽게 외면할 수 있다.

 

라마단 기간 동안 특별 초청 강연하는 '이맘' (사진은 강연 전 대기실에서 촬영)

 

현재 세계의 주목을 집중시키는 테러 집단 IS(아랍어로 ‘Daech’)에 프랑스인과 벨기에인이 가장 많이 가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중동에서도 그렇지만 이슬람 국가, 즉 IS의 영향력은 이들의 출신지인 북아프리카, 즉 마그레브(Maghreb, 아랍어로 이집트를 중심으로 한 서쪽 지역 국가를 의미한다)에서도 확대되고 있다. 이들이 보았을 때 자신들의 출신지 마그레브와 이슬람의 본고장 중동, 그리고 유럽에서 이슬람 국가를 건설한다는 것은 그리 헛된 망상으로만 보이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실제 이들의 출신지인 마그레브에서는 테러 집단 활동이 어떻게 벌어지고 있는가?

 

 

의외의 상황이지만 마그레브 지역에서는 알카에다IS 계열의 대결이 경쟁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IS가 일방적으로 득세할 것 같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알카에다의 활동을 무시할 수가 없고, 이들 테러 집단은 경쟁적으로 테러를 일으킨다. 일종의 갱단 조직 간의 경쟁적인 세 확산 현상과 비슷한 양상이다. 중동지역에 비해 북서부 아프리카에서 테러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유일 수도 있다. 실제 테러 발생건수는 이 지역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통계도 있다.

 

 

어쨌든 ‘마그레브’라고 하는 자신들의 고향에서 벌어지는 테러의 양상은 프랑스 이민자들에게는 별 문제가 없다. 단지 누가 세력이 더 강하고, 이슬람 국가 건설 의지가 확실한지, 그리고 자신들이 몸담을 수 있는 곳이 될 수 있는지에 따라 이들은 ‘지하드’(jihad, ‘성전’을 의미한다)를 외치면서 ‘나는 알카에다이다’ 혹은 ‘나는 IS 전사이다’라고 주장한다. 그래서 지난해 1월의 Charlie Hebdo 테러는 알카에다, 11월의 파리 테러와 올해의 브뤼셀 테러 주범들은 ‘우리는 IS’라고 외치는 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두 사건 모두 이민자 후손들이 벌인 사건임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IS에 의해 유럽에서 테러가 발생하면 곧바로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가 다른 지역에서 발생하여 IS 주도하의 테러 사건을 희석시키려 한다. 예를 들어 파리 테러 이후 아프리카 말리의 호텔 테러가 이를 입증해 준다. 파리 테러가 발생하고 불과 10일 후 말리 호텔 테러로 19명이 사망했다. 이들은 IS와 지역 내 패권을 다투는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 집단이다. 알카에다의 존재감이 위축될까봐 저지른 극단적 테러인 것이다. 올 1월에는 아프리카의 부르키나파소 호텔 테러로 외국인 30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 또한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 집단이 IS의 확장을 경계하려고 기획한 테러이다. 지난해 Charlie Hebdo 테러를 보고 조급한 마음에 테러를 계획했다고 말한 파리 테러의 총책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당시 2016년 시점]

 

파리 테러 주범 모로코 출신의 압델하미드 아바우드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럽에서도 그렇지만 북아프리카에서도 두 테러 집단 간 경쟁이 불붙고 있어 지역 내 상황과 유럽의 안보를 더 더욱 위협하고 있다. 현재 북아프리카에서는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 집단과 IS 계열의 테러 집단이 경쟁적으로 테러를 일삼고 있다. 리비아쪽에서는 IS가 우세하지만, 알제리 남부와 말리 일대의 사하라 지역에서는 알카에다 계열의 테러 집단이 우세한 상황이다. 리비아에서 IS 대원수가 지난 일 년 사이 두 배로 증가해, 최대 6,000명에 달할 것이라는 보도가 있기도 했다. 그만큼 IS의 영향력이 커진다고 볼 수도 있지만, 사실 리비아 서쪽으로는 쉽게 진격하지 못하고 있다. 튀니지와 알제리 정부의 강경 대응도 그렇지만 ‘알카에다’와 같은 전통적인 테러 집단이 견고하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튀니지와 리비아 국경, 튀니지와 알제리 국경 지대는 IS와 알카에다가 서로 충돌하는 지점이라 할 수 있다. 마그레브 지역에서 발생하는 모든 테러가 IS의 소행이 아니라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경쟁적으로 테러가 발생하는 튀니지와 알제리 국경 참비 산악지대(출처 : i24news)

 

 

현재 이 두 집단이 경쟁적으로 혈투를 벌이는 곳이 튀지니와 튀니지에 인접한 알제리 국경지대이다. 그동안 관광국가 튀니지, 아랍의 봄의 상징 국가 튀니지를 생각한다면 의외의 일이다. 흡사 갱단의 영역 다툼과도 같이 국가가 엄연히 존재하는 이곳에서 테러 집단들은 서로 혈투를 벌이고 있다. IS가 리비아 서쪽의 알제리, 튀니지, 모로코, 말리 등의 아프리카 국가로 진출하지 못하는 데에는 이 지역 테러 집단 간의 패권 경쟁이 이렇게 팽팽히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즉 오랜 기간 동안 이 지역은 알카에다와 동지 의식을 형성하고 있다. ‘마그레브 알카에다 지부’(Al-Qaeda Organization in the islamic Maghreb, AQIM))가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의 테러 양상과는 다른 데, 이 지역 일대는 일단 ‘이동성’(Mobility)에 기반을 둔 테러 활동을 보인다. IS가 무슬림은 물론 일반인까지 흡수하는 논리 중 하나는 ‘국가의 존재’이다. 이 집단은 이슬람 ‘국가’ 건설을 빌미로 영토를 확보한다. 하지만 알카에다의 경우 ‘국가’를 내걸기는 하지만 영토 개념에 집착하지 않고 동시 다발적으로 ‘이동’하며 테러를 일삼고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서구 국가들이 이 지역의 테러를 쉽게 제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예를 들어 지난 말리 테러, 부르키나파소 테러, 튀니지 바르도 박물관 테러를 자행한 집단은 AQIM 계열의 테러 집단이며 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며 테러를 감행한다. 지도에서도 볼 수 있지만 이들은 특정 리더를 중심으로 사하라 일대 곳곳을 누빈다. 그리고 인질 협박, 마약이나 담배 판매, 무기 밀매 등을 주요 자금으로 확보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다. 서구에서 쉽게 이들을 제압하지 못하는 이유이다.

 

테러리스트 벨목타르와 그의 북아프리카에서의 행동 반경

 

동시에 AQIM 계열의 테러 집단은 끈끈한 동지애를 발휘한다. 현재 북아프리카 테러 집단은 주로 40대 중후반 세대가 조직을 이끌어가고 있다. 주로 1970년대 생에다, 1979년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하면서 아프가니스탄 편에서 전투에 참여하여 경험을 쌓아왔다. 공산주의 소련을 격퇴하기 위하여 아랍 무자히딘(Mujahidin, ‘지하드 수행자’라는 의미)의 일원으로 참전한 오사마 빈 라덴과 같은 전투 경험을 가지면서 이들은 서구에 적대적인 감정을 갖는 테러 집단으로 성장했다. 아프가니스탄 전투에 가장 많은 수의 대원이 참여한 것은 알제리였다. 전투에 참여한 알제리 테러리스트들은 본국으로 돌아와 AQIM을 만들고, 북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혹은 그 이남까지 테러를 진두지휘하고 있다. 하지만 같이 피를 나눈 형제라고 해도 이해관계가 달라지면 분열이 생기는 법. AQIM 내부에서 이들은 서로 권력 다툼을 벌여, 여러 테러 집단으로 진화한다. 여러 테러 집단으로 대립과 갈등을 형성하면서도 ‘서구’라는 공통의 적 앞에서 이들은 하나가 된다. 마그레브의 테러 집단을 언급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 있다. 유럽 이민자 출신 테러리스트의 우상이며, 미국과 프랑스에서 이 인물을 잡기 위한 작전이 수도 없이 감행되었지만 지금까지 잡지 못하고 속수무책이다. 모크타르 벨목타르(Moktar Belmokktar)를 빼곤 마그레브 지역의 이슬람 테러 집단을 이해할 수 없다.

 

 

[월간 토마토 111호 칼럼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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