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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세상에 시가 내렸으면 메마른 세상에 시가 내렸으면 042 시팔이 0, 4, 2 글 정현구 사진 042시팔이 제공 내가 직장에 다닐 때의 아침은 늘 같았다. 전날 밤 7시 즈음 알람을 맞춰 놓은 뒤, 알람이 울리거든 5분 뒤 알림을 2번, 7시 10분 즈음 잔뜩 굳어버린 관절을 움직이며 하루를 시작한다. 아침은 늘 걸렀다. 아침의 따끈한 밥 한술보다 포근한 이불 속이 더 좋았다. 양치하고 지하철을 타는 데까지 15분이다. 7시 반 즈음 출발하는 지하철을 타야 한다. 지하철엔 늘 앉는 자리가 있다. 끝 칸의 양쪽 끝자리, 사람이 중간 칸보다 적고 한쪽 팔이 자유롭다. 아침은 반쪽짜리 자유로 시작한다. 직장에 다닐 때, 아침은 늘 같았지만, 기분은 늘 달랐다. 가방에 넣어둔 책이 어떤 책인지, 책의 어느 구간을 읽고 있는지가 아침.. 2021. 5. 21.
장인기술 집약된 특화거리가 유명무실 장인기술 집약된 특화거리가 유명무실 '목동 · 중촌동 맞춤패션 특화거리' 글·사진 하문희 목동·중촌동 맞춤패션거리는 자생적으로 형성된 특화 거리다. 포목점과 의상실 그리고 단추와 실까지 50여 개 전문 상가가 한 골목에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기성복이 주류가 되기 시작하면서 맞춤옷의 인기는 시들해졌지만, 아직도 맞춤옷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맞춤패션거리가 30년 이상 경력을 갖춘 장인들의 기술을 그대로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곳에서는 원하는 디자인을 가져가면 색깔은 물론 원단까지 직접 만져보고 결정한다. 입는 사람 체형에 따라 길이를 늘이거나 줄이기도 하고 콤플렉스를 보완해주는 천을 쓰는 등 말하는 대로 뚝딱이다. 가격은 원단과 디자인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가진 예산 범위 안에서 얼마든지 조정할 수.. 2021. 5. 21.
우리는, 마을에 진심이어야 한다! 우리는, 마을에 진심이어야 한다! 순환경제마을을 향한 상상 글·사진 이용원 1. 유성구 충남대학교와 카이스트 사이에 궁동과 어은동이 있다. 궁동은 충남대학교 쪽에 붙었고 어은동은 카이스트 쪽에 붙었다. 2차선 도로가 경계인 두 구역은 ‘젊음과 활기’라는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 카이스트 쪽에 붙은 어은동에 ‘벌집’이 생긴 건 2010년이다. 대전에서 ‘테드엑스대전(TEDxDaejeon)’을 열었던 천영환 씨가 첫 번째 행사를 열고 이때 결합한 사람들과 함께 문화가치원이라는 단체를 설립했다. 이들이 TEDxDaejeon 말고도 일상 활동을 펼치기 위해 만든 공간이 벌집(Birlzip)이다. 벌집은 2014년에 협업공간인 코워킹 스페이스로 확장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한다. 초기부터 메이커를 비롯해 청년, 지.. 2021. 5. 20.
불편한 생활방식 - [화장품] 불편한 생활방식 - [화장품] "부드러운 발림의 유혹에 넘어가지 마라" 글 조지영 “왜 임신을 하면 먹는 것은 가리면서 화장품은 안 가리죠?” 이것이 호기심을 자극한 한마디였다. 여성들은 임신을 하게 되면 바로 음식을 가리고 피우던 담배도 끊으며 술도 안 마신다. 순전히 내 아이를 위해서. 하지만 피부로 흡수되는 화장품은 가리지 않는다. 생각해보니 사람들은 먹는 것만큼이나 피부에 닿는 것도 엄청 신경 쓴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자신이 어떠한지 생각해보시라. 자신이 안 그렇다면 주변에 다른 누구라도. 1. 햇빛 2. 공기 3. 물 4. 세안제 5. 섬유 6. 음식 위의 여섯 가지를 피부를 위해 신경 쓰는가, 안 쓰는가. 나의 경우, 강한 햇빛은 두려워하고 매연이 많은 곳에서는 호흡기만큼이나 피부가 걱정되.. 2021. 5. 20.
불편한 생활방식 - [주방] 주방, 맛있는 음식만 있나요? 쓰레기는 어떡하실거죠? 주방에서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실천 글 조지영 원룸에 살고 있는 나는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내 방에서 배출되는 쓰레기의 대부분은 주방에서 나오는 쓰레기였다. 5L 쓰레기 종량제 봉투를 사용하고 있는 내 방에서는 5L짜리 쓰레기 봉투가 주방에서 요리를 한 번 하면 금방 채워졌다. 물론 음식물 쓰레기도 많이 나온다. 사실 주방에서 나오는 쓰레기는 그냥 쓰레기 종량제 봉투에 넣어서 버리면 되고 음식물 쓰레기는 내 놓으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주방 쓰레기는 대부분은 젖어 있고 음식물이 내놓기에는 너무 적을 때 난감하다. 그래서 요즘에는 집에서 무언가를 해 먹지 않으려 한다. 이건 순전히 내 경우지만 말이다. 지구를 생각하는 마음에서 가장 좋은 것은 일단 쓰레기.. 2021. 5. 18.
불편한 생활방식 - [욕실에서] 불편한 생활방식 '6.5ℓ가 의미하는 것, 욕실 아주 불편하게 쓰세요!' 글 조지영 언젠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중국 모든 인구가 수세식 변기를 사용하게 되면 지구는 물에 잠길 거야.” 상상해 봤다. 13억이 넘는다는 중국 사람들이 모두 수세식 변기를 사용한 후 물을 내린다면? 어렸을 적 TV 드라마에서 본 욕실 장면은 로망이었다. 하얀 세면대 앞에 서서 거울을 바라보며 이를 닦고 세면대에 물을 틀어놓고 세수를 하며 샤워기를 사용해 머리도 감고 샤워도 하고, 좌변기에 앉아 볼일을 본 후에는 시원하게 물까지 내린다. 하지만 현실에서 나는 거울 대신 하늘을 봤으며, 세면대 대신 양은 세숫대야, 샤워기 대신 바가지, 좌변기 대신 밑이 휑하게 뚫린, 게다가 냄새까지 고약한 재래식 .. 2021. 5. 18.
생활 속 다름 생활 속 다름 글 박숙현 가족이든 친구든 함께 지내다 보면 가끔 ‘다르다’는 생각을 한다. 별것 아닌 거 같지만 사소하게 느껴지는 생활 속 다름. 그 다름을 찾았다. 주의) ‘이런 사람이 어딨어?’ 따지지 말자. 이런 사람이 있다. #1.[버스 안] “벨 언제 누르나요?” 친구 B와 함께 집으로 가는 버스 안. 내려야 하는 정류장이 다가온다. B 왈 “벨 눌러.” 하지만 움직이지 않는 A. 조급한 B가 벨을 누르고 말한다. “야. 너 왜 벨 안 눌러.” 이해할 수 없다는 친구에게 A는 말한다. “내리기 전에만 누르면 되잖아. 내릴 때 누르려고 했지.” 투닥거리는 둘을 보며 버스에서 내린 C의 혼잣말. “이래서 벨은 누가 누를 때까지 안 누르고 기다려야 한다니깐.” #2. [라면 끓일 때] “스프, 언제 .. 2021. 5. 18.
어른들이 읽는 동화 - [독서] 어른들이 읽는 동화 - 독서 글 이선희 “날 버려!” 책이 울부짖었다. 읽히지 않는 책은 아무런 가치가 없다며 읽지 않을 바에야 자신을 버려달라는 것이다. “그래, 아예 불태워 버려! 깨끗이 없애버리란 말이야!” 책의 절규는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대체 내가 무어라고 다른 물건을 이다지도 비참하게 만든단 말인가? 인간으로서 도리가 아니다. 나는 책을 펼쳐 들었다. “어때? 재밌지?” ‘추천의 글’ 첫 문장을 채 읽기도 전에 책이 물었다. “시작이 흥미롭네.” 나는 에둘러 말했다. 책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동안 나 때문에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테니. ‘추천의 글’과 ‘여는 글’을 지나 ‘차례’를 넘어 가까스로 1장에 도달했다. 그런데 눈꺼풀이 무거웠다. 눈꺼풀을 내리누르는 잠의.. 2021. 5. 17.
바꿀 換, 창자 腸. 장이 뒤집힌다는 환장, 제대로 환장하기 전 챙겨야 할 장질환 No.4 바꿀 換, 창자 腸. 장이 뒤집힌다는 환장. 제대로 환장하기 전 챙겨야 할 '장질환 No.4' 글 박숙현 몸 안에 있는 장이 건강한지 혹은 나쁜지 눈으로 직접 볼 수는 없지만, 그분의 상태로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다. 한의사의 말에 의하면 장과 그분의 관계는 자동차에 비유할 수 있다. “자동차가 돌아가는 상태가 좋지 않으면 매연이 많이 배출되는데 사람의 몸도 그와 마찬가지예요. 소화되는 위와 장의 상태에 따라 다른 색과 냄새, 모양의 변이 배출되죠.” 그래서 그분이 중요하다. 그분의 형태(단단함)와 색, 냄새, 양으로 현재 자신의 장 건강을 확인할 수 있다. ■ NO.1 변비 증상 일주일에 한두 번 찾아오는 그분을 만나기 위해 변기에 앉은 지 1분이 지나고. 간신히 힘을 주어 그분을 보았건만 여전히 내.. 2021. 5. 17.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모든 이의 과학사 강의 (정인경, 여문책, 2020년) 글 로와 과학책이 대세다. 과거 전 국민이 열광하던 재테크 서적 열풍은 '재테크 관련 책을 살 돈을 아끼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재테크의 시작이다'라는 깨달음을 남기고 사그라들었다. 뒤를 이은 힐링 서적 들은 '대안 없는 토닥토닥의 무한 반복을 활자화한 책을 읽으며 도를 닦을 바에야 신경 정신과에서 처방한 약을 먹는 편이 더 빨리 힐링되는 방법이다'라는 결론을 주었다. 꾸준히 베스트셀러에 머무르던 자기계발서들조차도 '취직한 사람들의 여가활동 지침서'라는 판단으로 구매가 미뤄지는 시대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니 '급변하는 과학 기술 시대에 상식이나 쌓아 두자'가 되기라도 한 걸까? 요즘에 서점 신간 코너에는 과학책이 꽤 많이 눈에 띈다. 최소한 .. 2021. 5. 14.
어른들이 읽는 동화 - [기타] 기타 글 이선희 기타가 헤어지자고 했다. 만난 지 이제 3개월이 되었다. 막 좋을 때였다. 더 좋아질 때였다. 그런데 기타는 왜 갑자기 헤어지자고 하는 거지? “갑갑해.” 기타가 말했다. 안다. 너무도 잘 안다. 기타는 누구보다도 자유로운 영혼이라는 것을. 그를 이 좁은 세계에 가둬둘 수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잠시 여행을 다녀오는 건 어때?" “기다리는 건 부담스러워.” 기타는 자신의 육체뿐만이 아니라 영혼조차도 옭아매지 말아달라고 했다. 숨이 막힌다고 했다. 도대체 내가 뭘 잘못한 거지? “네가 잘못한 건 없어. 내가 이렇게 생겨먹은 거야.” 기타 줄이 파들파들 떨렸다. 진정시켜주려고 손을 갖다 대자 기타는 매정하게 내 손을 퉁겨냈다. 나는 비참한 마음으로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제까지, 기타가 애칭.. 2021. 5. 14.
어른들이 읽는 동화 - [외로움과 고독] 외로움과 고독 글 이선희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날들의 연속이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SNS에 접속해 밤사이 새로 올라온 게시글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누군가는 고등학교 동창생들끼리 모여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셨고 누군가는 야근을 했으며 누군가는 애인과 싸웠고 누군가는 홀로 밤 산책을 즐긴 이야기들. 자기 전에 하는 일도 마찬가지였다. 그날 하루 동안—실은 하루 동안이 아니라 마지막으로 SNS에 접속했던 1시간 30분 전에서부터 그 시간까지 사람들에게 일어난 일을 확인하는 것이지만. 술 먹는 사람은 늘 술을 마시고, 여행 하는 사람은 늘 여행을 하고, 분노 하는 사람은 늘 분노를 하는 평범한 그 어느 날. 띵똥, 외로움이 친구 신청을 해 왔다. 나는 얼른 친구 수락을 눌렀다. "언니! .. 2021. 5. 13.
책을 기울이니 와인이 쏟아졌다 책을 기울이니 와인이 쏟아졌다 글·사진 황훈주 책이 나왔다. 출판 계약서를 보니 작년 2월에 책을 만들기로 계약했었다. 그런 책이 이제야 나오다니. 그만큼 신경 쓴 책이라고 나름 위안을 삼아야 하려나. 책을 어찌어찌 내고 작가님과 밥을 먹었다. "와인은 뭘로 하실래요?" 와인. 좋아하긴 한다. 그런데 와인을 고르라며 두꺼운 책을 건네니 머릿 속이 하얗게 된다. "어...음... 추천으로 주세요." 직원 분은 친절하게 웃으며 추천 와인을 골라줬고 나는 다 안다는 표정을 지으며 친절히 고맙다고 했다. 새로 나온 책엔 편집자로 내 이름이 들어갔다. 아직도 배울 게 많은 데 내가 이렇게 편집자로 이름이 올라가고 밥을 얻어 먹어도 되나 싶지만 와인은 좋았다. 그 와인. 식기 전에 내가 마시겠소. 책을 만드는 건 .. 2021. 5. 12.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 세 원루머(one-roomer)가 말하다 글 암바사 *원루머(one-roomer는, one-room과 사람을 나타내는 ‘er’이 합쳐진 단어로, 암바사가 급조한 단어다) 날짜를 헤아려 보니 이곳에서 생활 한지 일 년이 지났다. 때때로 이 도시는 내게 따뜻하기도, 잿빛의 콘크리트이기도 했다. 단칸방에 누워 쓸데없는 생각으로 몸과 마음이 가라앉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는 그 공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자는 곳’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으니 특별히 애정 쏟을 일도, 가슴 한쪽이 텅 빌 일도 딱히 없다. 다른 청춘들은 어떻게 사는지 물어봤다. 역시, 나와 다를 바 없었다. 문제는 죽일 놈의 외로움이었다. 1. 닉네임: 울뜨라 (남, 28, 직장인) Q.원룸에 얼마나 .. 2021. 5. 12.
어른들이 읽는 동화 - [유통기한] 어른들이 읽는 동화 - 《유통기한》 글 이선희(동화작가) “계십니까?” 그가 찾아온 것은 정오가 막 지난 무렵이었다. 나는 자다가 화들짝 깨어 문을 열었다. 문 밖에 그가 서 있었다. 분홍색 하트 무늬 잠옷 바람으로 나간 것이 부끄러워 나는 얼굴을 붉혔다. 1월의 찬바람이 휭 불어왔다. 그에게 안으로 들어오라고 한 뒤 얼른 문을 닫았다. “오실 거면 미리 연락이라도 주시지…….” “점검은 불시에 이뤄진다는 것을 모르십니까?” 그의 말투는 칼날처럼 날카롭다. 나는 손에 땀이 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일 년에 한 번 있는 정신 위생 점검 기간이다. 유통기한이 지난 후회, 미련, 집착 등은 없는지 방부제가 과도하게 처리된 불안, 걱정, 근심 등은 없는지 쓸데없는 잡념이나 허황된 공상은 없는지 등을 꼼꼼하게 점검.. 2021. 5. 12.
너도 한때는 따뜻했구나 너도 한때는 따뜻했구나 글 정덕재(시인, 르포작가) “아빠, 짜장면 먹을까?” 아흐레 만에 집에 들어온 나한테 아들이 던진 첫마디였다. 희미하게 웃어 주었다. 녀석도 해맑은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의 금식과 이틀간의 미음을 끝내고 돌아온 사람에게 내뱉는 첫마디 치고는 경쾌한 농담이었다. 지난해 12월 13일 새벽, 화장실 변기에는 중국집 춘장 색깔을 띤 흑변이 가득했다. 잠이 덜깼나 싶어 유심히 살펴봤다. 역시 짙은 어둠이었다. 속 쓰린 배를 쓰다듬으며 소파에 누웠다. 식은땀이 흘렀다. 잠시 후 다시 화장실로 직행, 역시 변기는 먹다 남은 짜장면 그릇이었다. 정신이 혼미해졌다. 인근 대학병원 응급실에 도착한 것은 아침 7시, 혈압을 재고 심전도 검사를 하고 피를 뽑고 링거를 맞았다. 매번 다른 간호사와 의.. 2021. 5. 11.
시라는 굴레, 시인은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나태주 시인 시라는 굴레, 시인은 행복할 수 없는 사람 - 나태주 시인 - 글·사진 박숙현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전통 서정시를 대표하는 나태주 시인과의 만남은 의외의 연속이었다. 그의 시처럼 따뜻하고 부드러울 거로 생각했던 인터뷰는 탁구 같았다. “인터뷰는 짧게 전투적으로 한다.”라는 그의 말마따나 나 시인은 기자의 질문에 빠르고 정확하게 대답했다. “치고받고 해야 속에 있는 것이 탁 나오면서 해결이 돼요. 짧게 결판 보죠. 근데 오늘은 좀 길게 하네.”라고 웃음기 없이 말한다. 그러면서 “기사를 전투적으로 써 달라.”라고 덧붙인다. 진지하게 말하는 나 시인을 유심히 바라보니 입가에 살짝 미소가 서려있다. 그 모습에 친근한 느낌이 들 쯤 “가능하면 시인이 안 되는 게 좋아요.”라는.. 2021. 5. 11.
혹시, 이런 된장 혹시, 이런 된장 정덕재의 일상르포 글 정덕재(시인, 르포작가) 된장녀와 된장남이라는 유행어가 나오면서 된장이라는 말이 다소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된장이 있는 밥상은 여전히 정겹다. 직장인들은 점심때마다 ‘오늘은 뭘 먹지’ 이런 고민을 반복해도 정작 메뉴는 그동안 먹었던 음식을 뛰어넘는 경우가 많지 않다. 색다르게 파스타를 먹자는 만년 과장의 제안에 직원들은 무리수를 두지 말라며 “된장찌개 드시죠”, “김치찌개 어떤가요?” 이런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식생활이 서구화되고 혼밥 문화가 확산되고 있어도 어머니가 끓여 주는 된장찌개는 다양하게 등장하는 신메뉴를 한방에 정리하기에 충분하다. 아마도 길든 음식이기에 더욱 그럴 것이다. 입맛을 바꾸기가 쉽지 않은 것은 맛의 보수성 때문이다. .. 2021. 5. 11.
으능정이 부루어리 - 김지훈 양조사 으능정이 부루어리 - 김지훈 양조사 기억에 남는 술이 있으신가요? 네, 저는 있습니다! 글·사진 정현구 2017년, 무심코 찾은 축제에서 마음에 쏙 드는 와인을 찾았다. 묘사하자면 복숭아 향이 나고, 단맛이 그 뒤를 따른다. 마치 과일 젤리를 먹는 듯, 화사한 향이 입을 가득 채운다. 포도라는 본질을 잊지 않게 하려는 듯, 화사한 향이 걷혀갈 때 즈음 혓바닥 위엔 옅은 포도 향이 머문다. 묵직한 향과 깊은 감칠맛은 부족하지만 분명 사랑스러운 와인이다. 매년 말, 대전컨벤션센터에서 ‘대전국제와인페스티벌’이 열린다. 스페인, 프랑스, 독일 등 전 세계 많은 나라가 출품한 와인과 맥주 등 다양한 술을 한 곳에서 만날 수 있는 행사다. 2017년 처음 찾은 뒤, 좋아하는 축제를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와인페스티벌.. 2021. 5. 11.
제주도 공연 리뷰 - <해녀의 부엌> 제주도 공연 리뷰 - "이여도 사나 - 이여도 사 - 이여도 사나 - 이물에랑 - 이사공아 - 고물에는 - 고사공아 - 물때나 점점 늦어나진다 - 이여도 사나 -" 글·사진 양지연 제주시 구좌읍 종달리에는 올해로 90세를 맞은 권영희 해녀 할머니가 계신다. 권 씨 할머니는 이곳 종달리에서 최고령 해녀라는 타이틀을 소유했다. 요즘 해녀는 편하게 물질한다는 권 씨 할머니, 할머니 말씀에서 ‘요즘 해녀’라는 소리를 듣는 해녀는 놀랍게도 현재 70대다. 학교에 다닐 기회가 없던 시절, 여성들은 물질밖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권 씨 할머니는 요즘은 아무리 촌에 사는 아이들이라도 전부 대학에 가고 각자 배울 것이 많은 시대니, 해녀 일을 배우려는 사람이 없다며 앞으로 10년, 15년만 지나면 해녀는 역사 속으로.. 2021. 5.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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